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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이스라엘 비판이 '반유대주의'?… 美 "유엔 특별인권보호관에 제재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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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기업이 전쟁으로 이득' 보고서 근거로
    "ICC에 불법적인 조치 부추겨" 제재 대상에


    한국일보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이 2023년 11월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네바=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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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프란체스카 알바네세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특별보고관을 제재 명단에 올렸다. 알바네세 보고관의 미국 여행을 금지하고, 미국 내 모든 자산을 동결하는 게 골자다. 알바네세 보고관은 가자지구 전쟁에서 미국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동조해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비판해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에 "오늘 알바네세 보고관을 제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지난 3일 알바네세 보고관이 발표한 보고서 내용을 문제 삼았다. 해당 보고서에는 미국 대기업들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점령과 전쟁을 방조해 수익을 얻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알바네세 보고관이 국제형사재판소(ICC)로 하여금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리, 기업, 경영진들에게 불법적이고 수치스러운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며 "알바네세(보고관)의 양국을 겨냥한 정치적·경제적 공격은 더 이상 용납되지 않을 것"이라고 썼다.

    알바네세 보고관은 이탈리아의 인권변호사 출신으로, 2022년 5월부터 유엔인권위원회 소속 보고관으로 활동 중이다. 미국 정부와 알바네세 보고관 사이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에서 주민을 이주시키고 '중동의 리비에라(지중의 연안 휴양지)'로 개발하겠다고 말했을 당시에도, 알바네세 보고관은 "위기를 악화시키는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날을 세웠다. 미국은 알바네세 보고관의 비판에 "그가 '반유대주의' 성향을 띠고 있다"며 비난하는 것으로 대응해왔다.

    국제 인권단체 등을 중심으로 미국의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크다. 미국 싱크탱크 국제정책센터의 딜런 윌리엄스 부대표는 이번 결정이 "불량국가나 할 행동"이라고 비판했고, 아그네스 칼라마드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도 이번 조치가 "국제 정의 규범에 대한 뻔뻔하고 노골적인 공격"이라며 "보고관은 제재가 아니라 지원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의 이스라엘 관련 제재 대상자는 5명으로 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ICC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는 이유로 지난 2월 ICC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에 따라 현재 카림 칸 ICC 검사장과 소속 판사 3명도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올라있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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