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트럼프, 러시아가 협상서 유연성 발휘 안 해 실망"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오른쪽)이 10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아세안 행사에서 만나 회담 중이다./로이터=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10일(현지시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나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갈등에 관해 논의했다. 루비오 장관은 우크라이나 휴전 협상에 임하는 러시아 측 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유감을 표명했다.

루비오 장관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진행되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행사에서 라브로프 장관과 50분간 회담했다.

루비오 장관은 회담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라브로프 장관과 솔직하고 중요한 대화를 나눴다"고 했다.

또 루비오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협상에서 더 많은 유연성을 발휘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실망했다"며 "(라브로프 장관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실망한 이유를 재확인했다"고 했다. 이어 "이 갈등을 어떻게 종식할 수 있을지에 대한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회담 후 발표한 성명에서 "이란과 시리아, 우크라이나 주변 상황과 여러 국제 문제 해결을 위해 실질적이고 솔직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며 "라브로프 장관과 루비오 장관은 평화적 해결책 모색과 러시아, 미국 간 경제·인도주의 협력 강화, 제약 없는 교류 등을 향한 공통의 열망을 확인했다"고 했다.

루비오 장관, 라브로프 장관 회동은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회담 이후 두 번째다. 리야드에서 루비오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의지를 타진하려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움직일 수 있다며 협상을 자신했으나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결국 지난 8일 내각 회의에서 "푸틴은 우리에게 엄청나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직접 불만을 드러냈다. 이어 미 상원에 러시아산 에너지를 구매하는 국가에 미국이 5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상정된 사실을 언급하면서 "(법안 지지를) 매우 심각하게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재 위협은 우리에게 흔한 일"이라며 "우리는 제재에 저항하는 방법을 안다"고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부과한 원윳값 제재를 우회했듯이 트럼프 행정부 제재도 얼마든지 피해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친 것.

랴브코프 차관은 "미국과 관계 정상화를 위해 노력 중"이라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행동, 발언이 매우 모순적이라 일이 쉽지 않다"고 했다.

한편 이날 루비오 장관은 아세안 행사에 참석한 외무장관들과 만나 "향후 50년의 이야기는 이곳(동남아시아)에서 쓰일 것"이라며 동남아시아는 미국 외교 정책에서 우선순위에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7일부터 무역 상대국들에 서한으로 관세율을 통보했는데, 동남아시아 국가 대부분에 30% 이상의 높은 세율을 적용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미얀마와 라오스에 40%, 캄보디아와 태국에 36%, 방글라데시에 35%, 인도네시아에 32% 관세를 통보했다. 말레이시아는 한국, 일본과 같은 25% 관세를 통보받았다. 필리핀은 20% 관세를 통보받았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중국보다는 미국이 우월한 파트너라는 점을 루비오 장관이 계속해서 홍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