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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9 (금)

    게임을 죽이지 마라[최연진의 IT 프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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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일보

    '게임을 죽이지 마라' 운동에 동참한 서명자가 11일 130만 명을 넘어섰다. 캠페인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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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전 세계 게임애호가들 사이에 뜨거운 화제로 부상한 것이 '게임을 죽이지 마라'(stop killing games) 운동이다. 지난달 시작된 이 운동은 게임업체가 갑자기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해 게임을 구입한 이용자들이 게임을 할 수 없게 되면서 시작됐다. 일종의 디지털 재산권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다.

    이 운동은 세계적 게임개발업체 유비소프트가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10년 넘게 제공한 경주게임 '더 크루'를 중단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이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정용 게임기(콘솔) 및 컴퓨터 게임 가운데 게임업체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해 인증 절차를 막아버리면 혼자 이용하는 싱글 플레이까지 할 수 없는 게임들이 있다. 이렇게 되면 돈 주고 구입한 게임 소프트웨어가 하루 아침에 무용지물이 된다.

    따라서 이용자들은 '리니지' 같은 인터넷 전용 게임이 아닌 일반 게임의 경우 게임업체가 인터넷 서비스를 중단하면 인증절차를 없애거나 개인 설치를 통해 싱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럽 게임업체 연합인 비디오 게임즈 유럽은 지난 7일 상업성이 없어 서비스를 계속하기 힘든 기업의 선택을 존중해 달라는 성명을 발표하며 유비소프트를 옹호하고 나섰다.

    일종의 국민청원이 된 이 운동의 홈페이지를 보면 서명자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법 개정을 요구할 수 있는 기준인 100만 명을 훌쩍 넘어 11일 현재 130만 명에 이른다. 이 운동은 유럽을 넘어 캐나다, 호주 등으로 확산됐고 미국에서는 소비자를 속인 혐의로 소송까지 이어졌다.

    일련의 사태를 보면 최근 인터넷 서점 예스24 해킹 사태로 드러난 전자책 이용 제한이 떠오른다. 그동안 전자책 구입자들은 전자책을 개인 소유물로 생각했으나 해킹 등으로 인터넷 서비스가 중단되면 이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개인의 재산권이 지켜지지 않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대여보다 비싼 전자책 판매가 정당하냐는 의문이 따른다. 그렇다 보니 인터넷 접속이 끊겨도 전자책을 볼 수 있도록 PDF 등 파일로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게임을 죽이지 마라' 운동과 전자책 논란은 디지털 재산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용자들은 디지털 재산권을 명확하게 보호받을 수 없다고 느끼면 게임이나 전자책을 살 이유가 없다. 이렇게 되면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져 기업의 매출과 신뢰가 하락하고 나아가 디지털 콘텐츠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될 수 있다. 정부와 관련업계가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구입한 게임이나 전자책을 인터넷 접속 상태가 아니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못하면 환불 및 보상을 해주는 등 소비자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연진 IT전문기자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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