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한복판서 군 장병·자원봉사자 피해물품 옮기고 닦아
농가서는 마을 이장부터 온 가족까지 총출동 '한마음 복구'
한마음으로 뭉친 자원봉사자들 |
(광주·나주=연합뉴스) 정다움 김혜인 기자 = "이 많은 걸 혼자 어찌 치울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한마음으로 도와주시니 정말 한시름 놓이네요."
20일 오전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 침수 피해 지역에서는 제31보병사단 장병들이 분주하게 주택과 상가를 드나들었다.
난장판이 된 주방으로 장병들이 우르르 들어가더니 곧바로 무거운 냉장고와 세탁기를 번쩍 들어 옮겨 날랐다.
30분도 채 되지 않아 주택과 상가 앞 도로에는 폐가전과 폐기물이 한가득 쌓였다.
자원봉사자들도 팔을 걷어붙였다.
집 안 구석구석까지 닥친 진흙과 쓰레기를 퍼내고 젖은 집기들을 밖으로 내놓았다.
한 주택에서는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합쳐 망가진 장판을 순식간에 뜯어내고 맑은 물로 남은 흙먼지를 씻어내거나 물걸레질로 바닥을 닦아냈다.
언제 폭우가 쏟아졌냐는 듯 땡볕이 일자 이들의 이마와 콧등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갔지만, 누구 하나 아랑곳하지 않고 복구 작업을 이어갔다.
자원봉사자 이성천(53) 씨는 "예전부터 수해 현장에 자주 봉사활동을 나오곤 했는데 이만큼이나 피해가 클 줄을 몰랐다"며 "이렇게라도 보탬이 될 수 있어서 어떻게 보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날 북구 신안동에는 자원봉사자 100여명과 장병 166명, 북구청 직원 70명 등 총 330여명이 수해 복구 작업을 벌였다
근심으로 가득했던 수재민들의 마음에도 도움의 손길이 뻗치면서 안도감이 자리 잡았다.
피해 주민 김모(72) 씨는 "냄새도 나고 흙먼지 때문에 더러운데도 이렇게 한마음으로 내 일처럼 와서 도와주는 모습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수해 복구 작업하는 나주 주민들 |
같은 시각 수마가 할퀴고 간 전남 나주시에서도 복구 작업의 손길이 이어졌다.
지난 17일부터 전날까지 410㎜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동네 전체가 물에 잠긴 다시면 본촌마을 주민들은 아침부터 이웃들과 함께 진흙 제거와 가재도구 정리를 했다.
침수된 주택에 홀로 사는 노인을 위해 마을 이장과 인근 주민들이 나서 일손을 거들었고, 광주에서 온 자녀와 손주들도 합세해 성한 곳 하나 없는 전자기기를 집 밖으로 꺼내 한데 모았다.
집 안 곳곳은 진흙이 덕지덕지 붙어있었고 흙탕물이 마르면서 진흙과 물로 뒤엉켜 있었다. 폭우 당시 허리춤까지 차오른 빗물 탓에 주민들은 "(복구에)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슬리퍼를 신고 가재도구를 쓰레기봉투에 담던 문형례(79) 씨는 "다 젖어버려 손쓸 재간이 없다"며 "뭐라도 건지려고 뒤져보고 있지만, 전부 버려야 할 판"이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멜론을 재배하는 비닐하우스 20여개가 모여있는 세지면 일대도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기는 마찬가지였다.
15년 전 귀농해 멜론 농장을 운영하는 이모(58) 씨는 물에 잠긴 비닐하우스 안 흙탕물을 삽으로 퍼내며 복구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농장마다 다르긴 하지만 다음 주 출하를 앞둔 멜론이 흙탕물을 머금어 부풀어 올랐지만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삽질을 멈추지 않았다.
진흙이 눌어붙은 장화를 물로 씻어내던 그는 "비만 오면 건너편 저수지가 범람하면서 저지대보다 더 큰 피해를 본다"며 "크나큰 수해에도 어떻게든 멜론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농민들의 어려움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광주·전남에서 지난 17일부터 하루에만 400㎜ 넘는 최악의 폭우가 쏟아진 가운데 곳곳에서 농경지 유실, 주택·도로 침수 피해가 일어났다.
흙탕물 반, 농경지 반 |
dau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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