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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지지율 첫 하락
野 “장관 인정 못해”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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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당시 여당 초선 의원이었던 강 후보자가 지역구 사업과 관련해 장관을 상대로 ‘갑질’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이 처음으로 꺾이는 결과가 나왔다.
민주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검증되지 않은 정치적 안배 인사”라며 강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민주노총이 이재명 정부 인사와 관련해 반대 성명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여연대도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해 “제 식구 감싸기”라며 “새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훼손할 것”이라고 했다.
강 후보자와 관련된 ‘장관 갑질 의혹’도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 당시 여성가족부 장관을 지낸 정영애 전 장관은 전날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강 후보자와 관련해 “부처 장관에게도 ‘지역구 민원 해결 못 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갑질을 하는 의원을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2021년 당시 초선 의원이었던 강 후보자는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강서구에 성폭력 피해자 지원 시설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추진했는데, 정 전 장관이 산부인과 의사 확보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자 여성가족부 기획조정실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강 후보자가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으냐”고 화를 냈다는 게 정 전 장관의 주장이다.
◇“갑질은 주관적” “링컨도 알코올 중독자 임명”… 제 식구 감싸는 與
본지 취재에 따르면, 강 후보자는 여성가족부 운영 경비 수억 원을 ‘징벌적 예산 삭감’이라는 이유로 깎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운영 경비는 사업 경비와 달리 업무 추진비, 비품 구입비 등 실제 업무에 쓰이는 예산이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국회 관계자는 “지역구 사업을 추진하려다 안 되니 운영 경비를 빌미로 정부 부처의 숨통을 끊어놓으려던 것”이라며 “심지어 여당이었는데도 이 같은 일을 저질러 내부적으로도 ‘이래서 되겠느냐’는 분위기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의 국회의원 사무실을 찾아가 사과하고 “한 소리 들은 후” 예산 삭감을 막았다고 한다.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의 이화여대 20여 년 선배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본지는 강 후보자 측 입장을 들으려 수차례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민주당은 강 후보자 임명에 대해 “임명권자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며 일제히 강 후보자를 감쌌다. 강 후보자가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사과한 보좌진 갑질 문제에 대해 김현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YTN라디오에서 “갑질은 아무래도 상대적이고 주관적인 측면이 있지 않으냐”고 했다. 그러면서 “두 명의 전직 보좌진이 의혹을 제기한 것이 언론에 보도됐는데, 최근에는 반대되는 진술도 많이 나왔다”고 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KBS라디오에서 강 후보자를 임명한 이 대통령의 결정을 “알코올 중독자인 그랜트 장군에게 전권을 위임하면서 남북 전쟁을 승리로 이끈 링컨 (미국) 대통령의 결단”에 비유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갑질 의혹은 임명 후에도 낮은 자세로 가면서 풀어가야 할 문제”라면서도 “업무 능력으로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산청 산사태 현장 찾은 李대통령 “특별재난지역 빨리 지정할 것” 21일 이재명 대통령이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을 찾아 임상섭(왼쪽) 산림청장과 함께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산청을) 최대한 빨리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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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다양한 의견을 많이 들었는데, 여러 가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이 결정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친 것은 여당 지도부의 의견이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야당이 청문 보고서 채택에 부정적이라 대통령실에서 보고서 재송부 요청을 해도 (상황이) 달라질 게 없을 듯하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을 제외한 국민의힘, 조국혁신당, 진보당, 개혁신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 대통령의 결정을 비판하며 강 후보자 자진 사퇴나 임명 철회를 요구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의 상식에 맞서 싸우겠다는 선전포고”라고 말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는 “수백만 명의 대한민국 을(乙)들과 싸우자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관계자는 이날 ”(강 후보자가) 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없다”고 했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당 회의에서 “현역 의원의 낙마, 임기 초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걱정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려는 방향성”이라며 “강 후보자는 철학도, 능력도, 감수성도 부족하다. 자진 사퇴를 촉구한다”고 했다.
국회 보좌진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보좌진과 국회 직원 등이 인증 후 글을 남길 수 있는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우리도 똑같다. 한 집안의 아빠, 엄마고 가장이다. 특별히 갑질을 당해도 싼 사람은 없다” “보좌진에게 무슨 패악질을 부려도 낙마당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으니, 앞으로 의원들이 얼마나 마음껏 화풀이하겠나” 등 글이 올라왔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앞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나 당 을(乙)지로위원회에서 갑질 의혹을 제대로 제기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을지로위원회는 민주당이 대기업, 고용주 등의 갑질에서 중소기업, 노동자 등 ‘을’의 권리를 지키겠다며 만든 위원회다. 국민의힘 보좌진협의회는 “민보협(민주당 보좌진협의회)과 함께 머리를 맞대겠다”고 했다. 민보협은 이날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민주당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강 후보자 인사 청문 경과 보고서 채택을 요구했지만, 위원장 자리를 차지한 국민의힘이 반대하면서 보고서는 송부 시한(21일)까지 채택되지 않았다. 국회가 청문 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대통령은 10일 이내의 기간을 정해 국회에 보고서 송부를 다시 요청할 수 있고, 국회가 이 기간 안에도 보고서를 보내지 않으면 국회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다.
한편 여론조사 회사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18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62.2%로 지난 7~9일 조사 때의 64.6%보다 2.4%p 줄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30.0%에서 32.3%로 2.3%p 늘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이 50.8%로 전주보다 5.4%p 낮아졌고, 국민의힘은 3.1%p 오른 27.4%였다. 리얼미터는 “강선우·이진숙 장관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의 해명 실패와 야당의 강력한 사퇴 요구 공세가 민주당 지지율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김상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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