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의 세계]
강선우가 바꾼 국회 풍경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국민의힘 소속 보좌관은 이렇게 말했다. ‘보좌진 갑질’ 논란이 커지자 의원들이 보좌진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고 있다는 얘기다. 보좌진들 사이에선 “우리 의원이 갑자기 친절해져서 적응이 안 된다” “의원이 예전에 사적 심부름 시킨 것까지 미안하다고 사과했다”는 후일담이 공유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여야를 막론하고 감지된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일부 의원은 수해 지역에서 봉사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보좌진은 따로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총동원령’이 내려졌던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이다. 민주당 한 보좌관은 “수해에 당대표 선거까지 겹쳐서 의원실 전원이 스탠바이하면서 동원될 분위기였는데 의원이 원하는 사람만 오라고 하더라”고 귀띔했다. 민주당 중진 의원은 요새 보좌진에게 지시를 할 때마다 “이건 갑질 아니지?”라고 묻게 되더라고 털어놨다. 수해 복구 상황에서 보좌진이 이미 계획한 휴가를 가라고 했다고도 했다. 해당 의원은 “가지 말라는 말이 안 떨어지더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서울에서 3~4시간 걸리는 수해 지역으로 가기 위해 운전대를 직접 잡기도 했다. 그는 “몸뻬 바지 하나 챙겨서 내려갔다가 봉사 활동 끝나면 혼자 서울로 돌아온다”고 했고, 또 다른 의원도 “이런 때라도 보좌진들이 쉬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비서관은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서 의원들이 땀 뻘뻘 흘리면서 수해 복구하는 기사를 보자니 묘한 기분”이라고 했다. 한 의원은 보좌진에게 ‘혹시라도 내가 이상한 지시를 내리는 것 같으면 바로 말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고 한다.
강 후보자 인사 청문회 이후 의원들은 저마다 “저 자신부터 돌아보겠다”면서 자성하고 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우리 안에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은 오래된 관성이 존재한다면, 이번 기회에 저를 포함한 모든 의원들이 반성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강 후보자가 보좌진 갑질 논란으로 현역 국회의원 장관 낙마 1호라는 불명예까지 얻은 것 아니냐”며 “이제 보좌진 갑질은 입각(入閣) 결격 사유라는 메시지”라고 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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