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좌관의 세계]
행정부에 자료 요구 등 권한 행사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한 중앙 부처 공무원은 “의원 보좌관이 오후 늦게 연락해 다음 날 아침 일찍 국회로 와서 법안 설명을 해달라는 경우가 흔하다”며 “의원실이 호출하면 밤 기차 타고 상경해 여의도 근처 숙소에서 잔 적도 많다”고 했다.
국회 보좌진은 행정부 정책을 감시하고, 입법을 위해 부처에 자료를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보좌진의 과도한 자료 요구는 업무를 마비시키기도 한다. 정책과 관련된 민감한 자료라고 설명해도 상의 없이 외부에 유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한 중앙 부처 과장급 공무원은 “최근 장관 인사 청문회를 앞두고 여당 의원실 한 곳에서만 100건이 넘는 서면 질의서를 보내와서 다른 업무를 볼 수 없었다”며 “다 읽지도 못할 서류를 몇 상자씩 제출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보좌진과 사이가 틀어질 경우 5~10년 치 자료를 ‘보복성’으로 요구하거나 “다음에 예산을 깎겠다”고 압박하기도 해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공무원들 이야기다.
한 공공기관 임원은 늦은 밤 걸려온 전화에 “누구시죠”라고 했다가 봉변을 당했다. 이 공공기관을 담당하는 국회 상임위 소속 보좌관이 “내 번호도 저장 안 돼 있느냐”고 호통을 치고는 “사장 모시고 국회로 들어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임원은 공황장애로 잠시 휴직까지 해야 했다. 한 공기업 임원은 “과거보다 보좌관 갑질이 줄긴 했지만 지방에 있는 사람에게 전화해 ‘당장 내일 아침에 들어오라’고 하거나 초면에 반말하는 일은 여전히 흔하다”고 했다. 보좌진이 지역구 중소기업이나 지역 유지의 민원을 해결해 달라고 사적으로 압박하기도 한다.
한 대기업 대관 담당자는 “의원실에서 특정 기업을 겨냥한 토론회만 주최해도 그 기업에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보좌관을 관리하는 일이 필수고, 네트워킹이 좋은 보좌진을 기업으로 스카우트하는 경우도 많다”며 “사람마다 골프 장갑 사이즈를 따로 외울 정도로 보좌진에게 우리는 을”이라고 했다.
[양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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