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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난민과 국제사회

    3분의 1이 며칠째 굶었다... 가자지구 구호품은 왜 난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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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FP "가자지구 기근 상태" 경고
    이스라엘-유엔, 구호품 전달 실패 서로 탓
    유엔 "충분한 물자 공급되면 약탈 줄 것"


    한국일보

    가자시티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25일 식품 배급소에서 렌틸 수프를 배급받고 있다. 가자시티=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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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2년째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가운데, 전쟁으로 폐허가 돼 구호품에 의존해야 하는 가자지구에서 기아 및 굶주림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유엔 산하기구 세계식량계획(WFP)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가자지구에서 전체의 3분의 1이 달하는 인구가 며칠째 아무 것도 먹지 못하고 있다며 상황 해결을 촉구했다.

    WFP 분석에 따르면 현재 가자지구는 통합식량안보단계 분류(IPC) 5단계 중 최상위 단계인 '기근'에 준하는 상태에 놓여 있다. WFP는 "당장의 조치가 없으면 더 많은 생명이 중대한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호품이 아예 제공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같은 날 AP통신에 따르면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이스라엘 국경 검문소 앞에는 구호품을 실은 수백 대의 트럭이 대기 중이었다. 물자는 있는데 전달이 안 되고 있다는 의미다. 책임 있는 두 주체인 이스라엘과 유엔은 서로를 탓하고 있다. AP통신은 "이스라엘은 유엔 기구들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비난하고,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트럭 이동을 제한하고 가자 주민들의 약탈 범죄가 늘어나며 전달이 어렵다고 불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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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22일 가자시티로 들어가는 구호품 트럭을 붙잡아 올라타고 있다. 가자=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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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구호 물자의 절대적인 양이 적다는 데 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전면 봉쇄를 5월 해제한 뒤 약 4,500대의 구호 트럭을 허용했다고 밝혔는데, 이는 하루 약 70대 분량으로 유엔이 필요하다고 밝힌 규모(하루 600여 대)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

    그마저도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전달되는 트럭은 하루 평균 30여 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동 중간에 트럭을 약탈 당하는 일이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사상자도 매번 나오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이번 주에만 최소 79명의 가자지구 주민이 구호물자를 반입하는 과정에서 사망했는데, 이스라엘군이 음식을 향해 달려드는 군중을 향해 발포하며 피해 규모가 커졌다.

    유엔와 구호단체들은 이스라엘의 협조로 가자지구에 충분한 구호품이 공급되면 약탈이 줄어들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하마스 민간 경찰력 붕괴로 가자지구 치안이 사실상 무너진 상태에서 이스라엘군이 국제기구들을 제대로 지원해주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스테판 뒤자릭 유엔 대변인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보호는 지역사회의 지지인데, 그걸 얻으려면 매일 식량이 도착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이해해야 한다"고 AP통신에 전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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