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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EU의 미국산 에너지 7500억 달러 구매 약속, 실현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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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간 매년 2500억 달러 연료 수입하기로
    "민간 기업이 시장 주도…현실성 떨어져"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7일 스코틀랜드 남서부 턴베리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회동 후 악수하고 있다. 턴베리=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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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EU)과 미국 간 무역협상에서 EU가 3년 동안 7,500억 달러(약 1,043조 원) 규모의 미국산(産) 에너지를 구매하기로 한 것과 관련,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에너지 전문가들을 인용해 "향후 3년간 매년 2,500억 달러어치의 미국산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원자력 기술을 구매한다는 약속은 달성 불가능한 목표이며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이 EU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30%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EU는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확대하기로 했다.

    에너지 업계는 탈탄소화를 추구하는 EU의 에너지 정책 방향과 시장 구조상 미국산 화석연료 수입을 늘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U에선 대부분 민간 기업들이 시장 가격과 수요에 따라 에너지 수입을 결정하기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기업에 특정 원료를 더 구매하라고 지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에너지 컨설팅 업체 케이플러의 맷 스미스는 "설령 EU가 에너지 수입을 늘리고 싶다 하더라도 어떻게 민간 기업에 미국 에너지를 더 사라고 지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기업들은 가장 저렴한 원자재를 사야 할 의무가 있다"고 설명했다.

    EU가 목표액을 채우기 위해 미국산 에너지 수입에만 의존할 경우 가격 안정성과 공급 보장을 동시에 충족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컬럼비아대 에너지정책센터의 앤 소피 코르보 분석가는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미국산 가스와 석유 수입량을 훨씬 더 늘리고, 유가와 LNG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해야 할 것"이라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조차 유가 인하를 원하는 상황에서 이 합의는 전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한 해 동안 EU는 4,357억 달러(약 606조6,250억 원) 이상의 에너지를 수입했으나 이 중 미국산 화석연료의 비중은 단 750억 달러(약 104조4,400억 원) 규모에 불과했다.

    이 같은 한계 탓에 해당 에너지 협정은 실현 가능성보다 상징적 측면이 더 크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가했다. 미국의 LNG 수출 터미널은 이미 대부분 완전 가동 중이며, EU 역시 미국산 에너지를 처리할 인프라가 부족해 양측 모두 대규모 에너지를 사고팔 역량이 현재로선 부족하다. 시모네 탈리아피에트라 브뤼겔 싱크탱크의 선임 연구원은 "EU-미국 간 에너지 무역은 최근 몇 년간 핵심 이슈였으나 정치적 선언보다 시장의 힘이 결과를 좌우해왔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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