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내달 현장 점검…연구재단·회계사·외부 전문가 참여
답변하는 김형숙 교수 |
(서울=연합뉴스) 최현석 조승한 기자 = 윤석열 정부 시절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조치에도 되레 예산이 늘며 '카르텔 논란'이 일었던 김형숙 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부 교수의 디지털 심리치료제 R&D가 정부 성과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외부 지적과 증액 등을 고려해 이달 중 연구비 사용 적정성 등에 대한 별도 현장점검을 실시하기로 해 연구비 환수나 징계 여부 등이 주목된다.
31일 연합뉴스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위원장(더불어민주당)을 통해 과기정통부로부터 받은 '비대면 정서장애 예방관리 플랫폼 기술개발 과제 후속 조치 현황'에 따르면 이 과제는 지난 22일 과제 종료에 따른 연구성과 평가에서 66.78점으로 '미흡'(C) 등급을 받았다.
국가 R&D는 최종 평가를 통해 우수, 보통, 미흡 등급을 부여하는 데 '미흡'은 R&D 과정이 성실하지 못하거나 성과가 계획에 미치지 못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 과제는 비대면 정신건강 플랫폼을 구축하고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한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2021년부터 4년간 정부 140억원, 민간 149억원 등 289억원을 투입할 계획이었는데, R&D 삭감이 한창이던 2023년 예산이 오히려 증액되며 총예산이 364억원으로 75억원 늘어 배경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초대 대통령실 과학기술수석 하마평이 돌기도 했던 김 교수가 전공(체육교육과)과 무관한 공대 교수로 임명된 뒤 대형 사업들을 따낸 것을 두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R&D 카르텔'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김 교수가 센터장인 한양대 디지털헬스케어센터 운영위원장을 지낸 김창경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과 친분 등으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과기정통부도 이 과제에 대해 6차례나 보도자료를 내며 이례적으로 홍보하기도 했다.
이번 최종 평가에서 전문가 11인으로 구성된 평가단은 연구 목표 및 성과 목표 달성도, 활용성 등을 평가한 결과 미흡 판정을 내렸다. 김 교수가 지난달 23일 이의신청했지만, 심의를 거쳐 미흡 등급이 확정됐다.
평가단은 "연구 결과물의 완성도, 효용성, 사회적 파급효과 등은 투입한 예산에 비해 전반적으로 미흡한 것으로 사료된다"며 "과제 수행 기간 및 예산(추가 예산 포함) 대비 결과물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질의에 대한 총괄수행자의 답변이 다소 두루뭉술하고 정량적 지표를 확인하기 어렵다"며 "데이터 셋의 품질이 낮고, 샘플 사이즈는 크지만 실제 알고리즘에 적용된 데이터 셋은 10% 수준 내외"라고 강조했다.
또한, 평가단은 "(4개 과제 중) 4세부의 실적으로 책임기관인 쿠콘의 성과는 제시되지 않았고 참여기관인 신화건설의 출원, 등록 실적을 제시했는데, 연구개발 내용과 관계가 적어 보이는 실내조명 매립형 기구, 소방 관제 시스템 등이 포함돼 있다"고 지적했다.
공동 연구개발기관으로 참여한 신화건설은 정부 R&D 사업 참여 실적이 전무한 데다 권성동 의원(국민의힘)의 사촌이 최대 주주로 있는 토목건설회사여서 작년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정치인과의 카르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미흡 등급과 별도로 연구비 사용실적 보고서에 대해 연구비 사용기준 및 사용 용도 적합성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
특히 외부 지적과 3차 연도에 예산이 증액된 점을 고려해 한국연구재단 및 회계사, 전문가로 구성된 별도 현장점검을 이달 중 추가 수행하기로 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김형숙 교수가 거액의 과기부 R&D 사업에 참여한 것은 '연구농단' 사태라고 할 만하다"고 전제하고, "과기부는 연구비 사용 등에 문제가 발견될 경우 환수를 비롯해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하며,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과제 최종 평가, 연구비 정산 등 후속 조치를 엄정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선서문 전달하는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
harrison@yna.co.kr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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