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 범위 확대·잠정조치 개선 등 담겼지만 통과는 '0건'
현행법 허점 파고드는 범행 느는 데 국회는 사후약방문만
울산 스토킹 살인미수 피의자 구속심사 |
(서울=연합뉴스) 이동환 기자 = 잇따른 스토킹 참극에 제도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스토킹 관련 법 개정안 19건은 모두 국회 상임위에 계류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주 울산과 경기 의정부, 대전 등에서 연이어 발생한 스토킹 및 교제살인 사건은 모두 가해자에 관대한 현행 스토킹처벌법의 허점을 파고든 범죄였다. 법 보완이 발 빠르게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었던 범죄라는 지적도 나온다.
◇ '5년차' 스토킹처벌법…22대 국회 개정안 통과는 0건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스토킹처벌법과 스토킹방지법 개정안(이하 처벌법·방지법)은 각각 17건, 2건이다.
이 가운데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개정안은 한 건도 없다. 처벌법은 법제사법위원회, 방지법은 여성가족위원회 심사 단계에 머물며 본회의 문턱도 못 갔다.
형사처벌 및 피해자 보호 조치를 규정한 스토킹처벌법은 2021년부터, 예방 및 피해자 지원을 규정한 스토킹방지법은 2023년부터 시행됐다. 신생 법안인 만큼 보완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계류 법안 19건을 분석한 결과 최근과 같은 사태를 방지할 개선책도 다수 발견됐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일본 현행법을 참고해 지난 1월 '서성거리는 행위 및 기타 그 밖의 행위'를 스토킹 행위에 새롭게 추가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원이 잠정조치 결정 후 이행 실태를 수시로 조사하고(더불어민주당 조인철 의원 작년 9월 발의), 피해자가 경찰·검찰을 거치지 않고 직접 법원에 피해자보호명령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민주당 소병훈 의원 올해 6월 발의) 법안도 있다.
앞서 울산 사건의 경우 집 앞에 가해자가 서성인다는 등 두 차례 112 신고가 먼저 이뤄졌다. 이후 100m 이내 및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가 내려졌지만 가해자는 이를 어기고 흉기를 휘둘러 피해자를 중태에 빠뜨렸다.
의정부 사건도 세 차례 스토킹 신고와 경찰의 보호 조치가 있었지만, 여전히 바깥을 활보하던 옛 직장 동료에게 피해자가 살해됐다.
고성 오가는 법사위 전체회의 |
◇ 정쟁에 밀려 잠든 법안들…이슈 생겨야 '입법동력'
피해자의 절박한 요구에도 스토킹 관련 법안은 왜 뒷순위로 밀렸을까. 가장 먼저 꼽히는 요인은 정쟁에 매몰된 국회 구조다.
스토킹처벌법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의 경우 검찰·사법개혁 등 첨예한 쟁점이 몰려있다. 아울러 법안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가진 법사위가 '게이트키퍼' 역할까지 도맡아 여야가 목소리만 높이다 회의가 끝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정치인은 잊히는 게 제일 두려운 사람들"이라며 "표밭을 일구기 위해서는 정쟁과 이슈를 붙잡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사전 예방을 위한 입법 활동엔 소극적이다. 이미 벌어진 이슈로 주목을 끌고 입법 동력을 얻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국회의 관행이 됐다.
스토킹처벌법도 마찬가지다. 2023년 6월 반의사불벌죄 조항 등이 폐지된 게 마지막 개정안 통과인데 이 또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이 계기가 됐다.
피해자 이름을 딴 이른바 '○○이법'도 사회적 경각심과 함께 입법에 속도를 내는 상징적 수단이 되지만, 역시 사후 대처의 전형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는 없다.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의원들 관심사가 자신들의 이익 실현, 정쟁에 있다 보니 정작 국민 생활과 밀접한 법안들 대다수는 계류 중"이라며 윤리 의식, 국민에 대한 봉사 정신 등을 갖춘 의원들을 찾기 힘든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차기 선거를 통한 유권자의 응징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입법 공백에 따른 무고한 생명만 자꾸 희생되고 있다"며 정치권의 자성을 촉구했다.
dh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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