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호이동 정체·고가 요금제 부담에 잠잠…이통사 '눈치보기' 지속
3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단통법이 폐지된 지난달 22일부터 31일까지 열흘간 번호이동 건수는 총 15만2411건으로 나타났다. 하루 평균 약 1만5000여건의 수준이다.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구로구 신도림 테크노마트 휴대폰 매장의 모습. 이명환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는 SK텔레콤 해킹 사태 이전인 지난 4월 초중순(일일 7000~1만건)과 비교하면 최대 2배 증가한 수치지만, 해킹 여파로 가입자 이탈이 집중됐던 5~6월과 비교하면 유사한 수준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통신사를 갈아탈 만큼 단말기 교체 과정에서 가격적인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오프라인 판매점 등에 따르면 유통망은 삼성전자 플래그십 모델 구매 시 월 10만원 이상 고가 요금제를 약 6개월 유지할 경우 60만원~80만원 수준의 추가 지원금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단통법 폐지 이전과 유사한 수치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동통신 3사가 내놓는 공통지원금이 단통법 폐지 이전의 공시지원금과 비슷한 수준인 점도 가격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다.
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의 배경으로 '눈치 보기'를 꼽는다. 한 이통사가 과도한 보조금을 풀었다가 출혈 경쟁이 시작되면 시장 혼탁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단통법 일부 조항을 대체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한 마케팅을 펼치면 당국의 모니터링에 걸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휴대폰 교체 수요를 늘릴 신제품이 부족한 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폴더블 플래그십인 갤럭시 Z 플립7·폴드7가 지난달 말 출시됐지만, 전작 대비 변화가 큰 폴드7의 출고가는 256GB 기준 237만9300원에 달해 가격 장벽이 높다.
이통사를 거치지 않고 단말기만 구매하는 자급제폰 구입이 보편화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급제폰을 구입한 뒤 알뜰폰(MVNO)으로 개통해 요금을 아끼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자급제 단말기 이용률은 32.6%에 달했다. 전체 이동통신 회선 중 알뜰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12월 6.85%에서 올해 5월 17.47%로 늘었다.
다만 업계는 3분기 이후 분위기가 달라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3분기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이 출시되는 데 더해 내년 상반기 출시 예정인 삼성전자 갤럭시 S26 시리즈가 경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