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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8 (목)

    “저는 지금 제 무덤을 파고 있습니다”…이스라엘 포로 영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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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인 인질 에비아타르 다비드가 지난달 27일 하마스가 촬영한 영상에서 자신이 묻힐 무덤을 파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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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지금 하는 건 제 무덤을 파는 일입니다.”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이 2일(현지시각) 공개한 영상에서 하마스에 붙잡힌 이스라엘인 에비아타르 다비드(24)는 깡마른 모습으로 자신이 죽으면 묻힐 무덤을 파고 있다고 말한다.



    영상에서 다비드는 “수개월 간 음식이 충분치 못했다”며 “지난 며칠간은 먹지 못하고 물만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7월 한 달간 배급받은 식량을 기록한 달력을 보여주며, 자신이 렌틸콩만을 먹었고 그나마도 하루나 이틀씩 먹지 못한 날들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버려졌다고 느낀다. 나의 정부의 총리로서 베냐민 네타냐후 당신은 나와 다른 수감자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 당신만이 이 상황을 끝낼 유일한 사람이다. 가족들과 함께 내 침대에서 자고 싶다”고 말했다.



    이 영상은 지난달 2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촬영했고, 다비드의 가족들이 동의해 이날 공개됐다. 영상은 ‘오직 휴전 협정만이 이들을 살아 돌아오게 할 수 있다’는 문구로 끝난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다비드의 가족과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며, “하마스 테러리스트들은 의도적으로 인질들을 굶기고 있다”면서 “전 세계가 하마스의 나치 같은 학대와 범죄를 비난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비드는 2023년 10월7일 이스라엘 서부 네게브 사막에서 열린 음악 축제에 참여했다가, 하마스의 침입으로 포로가 된 44명 중 한 명이다. 당시 이스라엘에서 끌려간 전체 인질 251명 중 55명이 여전히 하마스의 통제 속에 있으며, 생존자는 20명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겨레

    하마스에 납치된 이스라엘인 인질 에비아타르 다비드가 지난달 27일 하마스가 촬영한 영상에서 뼈가 드러난 몸으로 “수일 동안 먹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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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브 윗코프 미국 중동 특사는 이날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질광장에서 인질 가족을 만난 자리에서 “하마스는 자신들의 말을 지키지 않는다. 하마스와 협상은 불만스럽다. 우리는 이제 모든 것을 하든지, 아예 하지 않든지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윗코프는 “하마스는 무장 해제를 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발언 직후 하마스는 성명을 내 “우린 무장 해제를 하지 않을 것이며, 점령이 지속하는 한 국제 규범에 따라 무장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하마스는 “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독립 주권 국가의 설립을 포함한 우리의 국가적 권리를 온전히 회복할 때까지 무장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진행 중인 휴전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자, 이스라엘 내에선 ‘완전 점령’과 ‘최후통첩’ 등 무력 해결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채널12’ 방송은 이스라엘 내각 회의에서 극우파 장관들이 이미 75%를 장악한 가자지구의 나머지 지역까지 완전히 점령할 것을 요구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이스라엘군은 인질의 희생을 우려해 인질 억류 지역의 진입을 피해왔고, 가자지구 완전 점령안에도 반대하고 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또한 이스라엘 정부가 하마스에 최후통첩을 보내는 방안을 미국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도 이 매체는 보도했다. 하마스가 인질 전원을 석방하고 무장을 해제하면, 미국이 타국과 함께 가자지구를 통치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제안이다. 하마스가 이를 거부할 경우,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도록 미국이 허용하는 내용을 논의 중이라고 이 매체는 전했다.



    가자 보건부는 이날 지난 24시간 동안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83명이 사망하고 1079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이 가자인도주의재단(GHF) 배급소 2곳 근처에서 발포해 최소 38명이 사망했다고 알자지라는 보도했다. 윗코프 특사가 구호품 배급소를 방문해 살펴보고 돌아간 다음 날이다.



    이스라엘의 유명 작가 다비드 그로스만은 1일 이탈리아 매체 라레푸블리카와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제노사이드’(집단학살)로 지칭하며 “더는 이 단어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강 소설가가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수상한 다음 해인 2017년, 소설 ‘말 한 마리가 술집에 들어왔다’로 같은 상을 받았다.



    그로스만은 “우리가 어떻게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나 자신에게 묻는다”며 나치의 집단학살의 피해자인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벌이는 참상을 비판했다. 그는 오랫동안 제노사이드라는 단어 사용을 거부해왔지만, “신문 기사를 읽고 사진을 보고 현장에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후에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스라엘, 이스라엘 국민과 관련해 ‘제노사이드' 단어를 입에 올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그러한 연관성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에게 무언가 굉장히 잘못된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기에 충분하다”고 개탄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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