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단 "마스가 모자 필요하다" 요청
디자인·문구 확정해 만들어둔 모자
대한항공과 협력해 워싱턴행 비행기에
3일 대통령실에서 공개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모자. 초읽기에 몰리던 한미 관세 협상의 막판 타결을 이끈 한미 조선 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는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정치 구호를 내세워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한 맞춤형 구호로 알려졌다. 왕태석 선임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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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정부가 미국과의 상호관세 협상 타결을 위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모자까지 제작해 미국에 긴급 공수한 과정이 공개됐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사실 조선이 없었으면 협상이 평행선을 달렸을 것"이라며 마스가 프로젝트가 이번 협상에서 돌파구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마스가의 상징물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했다"며 실제 협상에서 사용된 '마스가 모자' 실물을 공개했다.
마스가 모자는 빨간색 바탕에 한미 양국 국기 아래 '마스가' 영어 슬로건이 쓰여 있다. 애초 마스가 모자는 3∼4개의 시안이 있었다고 한다. 골프를 좋아하고 빨간색 모자를 즐겨 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해 현재 디자인으로 결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때 종종 쓰는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모자와 같은 색에다 디자인 또한 유사하다.
마스가 모자 제작에 관여한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산업부 조선해양플랜트과 직원들의 아이디어로 6월 초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활용해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산업부 실무자들은 최종 시안을 만든 후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섬유업체를 수소문해 모자를 제작했다.
완성된 마스가 모자는 마스가 프로젝트로 관세 협상에 물꼬가 트이자 존재감을 드러냈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을 만난 뒤 "24시간 안에 마스가 모자가 급히 필요하다"고 요청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마스가 모자를 미국으로 빠르게 보내기 위한 긴급 작전이 이어졌다. 산업부 실무진은 대한항공과 긴밀히 협의해 밀봉한 마스가 모자 10개를 들고 인천공항을 찾아 24시간 안에 워싱턴에 도착할 수 있는 비행기에 마스가 모자를 실었고, 모자는 다음 날 우리 정부 협상단에 배송돼 협상 테이블에 등장할 수 있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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