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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동창회라는 모임문화가 어떻게 바뀌어 갈지 궁금하다. 지금까지 봐온 대로라면 ‘옛날의 그 동창회’는 서서히 사라지는 것으로 보인다. 30대는 50대가 해온 동창회를 더는 하지 않는다.
50대가 금세기 초에 하던 동창회는 크고 잦으며 떠들썩한 것이었다. 동창회 커뮤니티인 ‘아이러브스쿨’은 단숨에 500만 회원을 거둬 들였다. 연말모임을 빼고도 한 해에 두세 번 만나는 게 보통이었다.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맥주 모임을 하는 것은 당연했다. 대학의 학과 동기모임에는 졸업자의 절반 정도가 모였고, 연고지에서 하는 고교 동기모임은 수십 명에서 백 명 가까이 모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브스쿨’이 “만나서 오히려 실망스러웠다”는 ‘추억 보정’의 씁쓸한 체험을 남기고 잊혀 간 것처럼 이제 동창회도 서서히 그런 길을 가는 것 같다.
많은 30대가 저녁에 천변에 모여 클럽 라이딩이나 크루 달리기를 한다. 스터디 카페에서 독서토론회나 투자 연구모임을 갖고, 주말에는 가이드를 정해 아파트 단지의 단체 임장을 간다. 30대는 ‘나 중심’이며 오롯이 나의 행복과 성장에 투자하려고 한다. ‘누구를 만날까’도 중요하지만 ‘무얼 할까’는 더 중요하다.
게다가 30대는 통일호를 잘 모르며 어려서부터 KTX를 탔다. 노마드 정서에 친숙한 이들은 ‘고향에서 멀리 떠나 온 나와 그리움을 공유할 사람’을 찾지는 않는다. 대신 인스타와 페이스북, X와 스레드, 네이버 밴드와 카톡 오픈 채팅을 통해 관심사를 함께하는 이들과 만나고 싶어한다. 동창들의 소식은 이런 플랫폼을 통해 자주 접한다. 온라인 소통은 얕지만 가벼운 연결을 계속 유지하게 한다. 30대는 이런 바탕에서 학교 시절 친했던 서너 명과 깊고 꾸준하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이런 흐름은 대부분 세대에게 퍼져 나가고, 앞으로 갈수록 강해질 것 같다. 과거와 달리 고교 내신은 학과목별로 등급을 정하고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달라져 경쟁이 심각하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의 자퇴가 해마다 최고치를 경신하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내 개인적으로는 ‘옛날의 그 동창회’가 좋았다. 물론 우리는 SNS를 통해 친구들의 근황을 늘 접한다. 그런데 그 상당한 부분이 여행 잘 다니고, 오마카세를 잘 먹고, 백화점에서 럭셔리 하나를 샀고, 새 전자기기를 사서 언박싱했다는 내용이다. 30대뿐 아니라 대부분이 스마일 아이콘의 ‘좋아요’ 한번 누르고, 명랑한 이모티콘으로 댓글을 붙여주고 ‘잘 지내는구나’하고 여기며 지나간다.
내가 ‘옛날의 그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들은 밤이 늦으면 깊은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못 보던 다양한 친구들이 와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체험들을 털어놓았다. ‘세계의 실상이 이렇구나’하는 배움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성공하고 성공하지 못한 친구들로, 좌파와 우파로 나뉘어 마음이 아픈 것도 사실이다.
권기태 |
권기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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