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을 출시한 이후 전 세계가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중국은 한껏 들떠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이러한 현상을 두고 ‘국운론(國運論)’이라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 중국 AI의 부상은 정해진 미래였고,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다. 한 중국 테크업계 관계자는 “미국 실리콘밸리가 주도하던 AI 질서에도 균열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허풍은 아닌 듯하다. 딥시크 외에도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중국이 AI 분야에서 질주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로 ‘인재’가 꼽힌다. 국가 주도로 체계적인 인재 육성 시스템이 갖춰져 있고, 그만큼 인재 풀도 넓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기준 중국 대학 내 AI 학과는 500개를 넘어섰다. 중국에서는 매년 1000만명 이상 대졸자가 나오는데, 이중 절반인 500만명 이상이 과학기술과 공학, 수학 분야 전공자다. 중국 관영 광명일보에 따르면, 현재 세계 AI 연구원의 50%가량이 중국인이라고 한다.
수많은 중국 인재들이 AI 분야를 택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결국 ‘돈’이다. 중국을 세계 기술 강국으로 올려놓겠다는 애국심과 원대한 포부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보상이 따라줘야 이들의 투지도 지속 가능하다. 그리고 중국 정부와 기업은 이를 잘 알고 있다. 중국 취업 플랫폼 보스즈핀에 따르면, 중국 AI 연구원의 연봉은 한국 돈으로 2억~5억원 수준이라고 한다.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가 지난해 ‘AI 천재 소녀’로 불리는 딥시크 개발자 뤄푸리(30)에게 연봉 1000만위안(약 20억원)을 제시한 것은 이미 유명한 일화다.
한국은 어떠한가. AI 관련 학과가 100여개로 중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하는데, 이는 신입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나타난 결과물이다. 졸업 후 진로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정부 지원이 부족하다 보니 민간 투자도 저조해 혁신 최전선인 스타트업은 성장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제대로 된 보상을 기대하기 힘든 데다 고용 안정성도 떨어진다.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정보기술(IT) 대기업에 들어간다 해도 중국 BAT(바이두·알리바바·텐센트)보다 연봉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에 천재가 없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그저 돈이 되는 다른 길을 찾아가는 것뿐이다.
물론 한국은 중국에 비해 시장이 작고 자원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기왕 AI와 같은 첨단 산업에 국가 미래를 걸어보겠다는 결정을 내렸으면, 이 분야에 보상을 몰아줘야 한다는 뜻이다. 스타트업 창업 지원을 대폭 확대해 실패해도 계속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보장하고, 인재들에게 특별 연봉을 지원하는 등 파격적 정책이 필요하다. AI 분야에 진출할 경우 명예는 물론 부까지 잡을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은 이 부분에서만큼은 이미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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