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거복지 선진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 세입자 평균 거주 기간이 3.2년에 불과해 주거 안정성이 너무 낮다는 것이 야당이 ’10년 전세' 도입을 의제로 제시한 이유다. 앞서 지난해 말 진보당의 윤종오 의원 등 야당 의원들은 전세계약 갱신권을 무제한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을 자진 철회하기도 했다. 부정적 여론에 밀려 법안을 철회했지만, 당시 일각에서는 야권이 무제한 계약갱신권 법안을 발의한 것은 현행 4년 계약갱신권의 기한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무제한 계약 갱신권이 ‘반시장적’이라는 이유로 반대를 받으면 그 절충안을 제시해 갱신권 기한을 4년보다 더 늘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과 미국 일부 지역 등에서도 임차인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제도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 월세 제도 아래서 임대료를 제한하는 정책이어서 임대료를 내지 않는 우리나라의 전세제도를 포괄해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은 10년 이상 점유를 보장하게 되면 전세공급 물량이 급감하고 집값의 변동성도 커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2025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20대 민생의제 발표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5.3.12/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의장을 맡은 민생연석회의가 10년 이상의 전‧월세계약갱신권을 보장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민생의제로 제시하자 전문가들은 부작용을 우려했다.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 도리어 서민들의 피해를 양산하는 ‘규제의 역설’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4년까지 계약 갱신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을 때도 4년마다 전셋값이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났는데 10년 이상 연장하면 10년 치 인상분을 한 번에 받으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10년간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으면 집을 수리하지도 않고 개선을 위해 투자도 하지 않아 주거환경이 악화하는 결과가 발생할 것”이라며 “서민을 위한다는 대책이지만 결국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는 ‘규제의 역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美 뉴욕, 안정화 정책으로 집주인들 차라리 ‘공실’ 선택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년짜리 임대 계약에서는 임대료를 2.75%까지 올릴 수 있고 2년짜리 계약에서는 임대료를 5.25%까지 올리도록 했다. 다만 건물주가 건물을 수리하는 공사를 하면, 이보다 더 높게 임대료를 올릴 수 있다. 포브스는 “비용 상승과 수익 제한에 직면한 많은 건물주가 재임대하기보다 공실로 남겨두는 것을 선택한다”며 “그 결과 누구도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다.
독일에서도 2014년부터 ‘임대차임제동정책(Mietpreisbremse)’을 하고 있다. 임대료가 급등하는 지역에만 새로 임대 계약을 체결할 때 해당 지역의 임대료 수준보다 10% 넘게 임대료를 높이지 못하도록 했다.
한편, 임대차 계약 갱신 기간과 관련 현행 4년을 유지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조사도 있다. 국토연구원이 성인 2000명을 대상으로 한 2023년 말 조사에서 임대차 계약 갱신 기간은 2+2년이 적절하다는 응답이 54.1%를 차지했다. 2+2년이 적절하다고 답한 응답자를 주택 유무로 살펴보면 유주택자의 45.2%가 2+2년이 적절하다고 했고 무주택자의 54.5%도 2+2년이 적절하다고 답했다. 2+1년은 22.4%, 2+3년은 12.2%였다.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