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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6 (일)

딥시크 '차단령' 확산하지만…"산업 충격파는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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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속으로]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정부 부처가 중국 인공지능 딥시크(Deepseek) 접속 차단에 대거 나선 가운데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사무실에서 공무원 컴퓨터에 딥시크 차단 화면이 보여지고 있다. 2025.02.06. kmx1105@newsis.com /사진=김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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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에 지침을 내려 선제적으로 딥시크를 차단했다" (LS그룹)

'딥시크 금지령'이 확산하고 있다. 저비용·고성능·고효율의 딥시크를 두고 '딥시크 쇼크'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곳곳에서 거부 움직임이 일며 열기가 주춤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딥시크 사용 금지와는 별개로 딥시크가 산업계에 던진 충격파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7일 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 SK하이닉스 등에서는 딥시크를 사용할 수 없다. LS그룹은 전사에 지침을 내려 딥시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한 상태다. 정부부처와 정보기술(IT)업계, 금융권 등도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딥시크를 제한했다. 미국과 일본, 호주, 이탈리아, 대만 등에서도 딥시크 사용을 일부 차단했다.

곳곳에서 딥시크 사용이 막히고 있지만, 딥시크가 전 세계 반도체·전력 업계에 일으킨 파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딥시크 등장으로 인공지능(AI) 모델 산업 패러다임이 '고비용·고성능'에서 '저비용·고성능'으로 변화할 가능성 때문이다. 딥시크 출시부터 금지까지, 산업계를 뒤흔든 이슈를 살펴본다.


"조금만 투자해도 고성능"…딥시크, AI 반도체 업계 '공식'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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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가 지난달 20일 공개한 AI 모델 'R1'은 저렴한 개발 비용으로 출시 직후 화제가 됐다. 딥시크가 오픈AI '챗GPT' 개발비용의 5.6%인 557만6000달러(약 80억원)로 R1을 개발했다고 밝히면서다. R1 훈련에는 엔비디아의 중국 수출용 저사양 AI 가속기 'H800'이 사용됐다. H800은 엔비디아의 최첨단 칩 'H100'의 구형 버전이다.

대규모 투자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 없이 높은 성능의 AI 구현이 현실화하자 전 세계는 딥시크의 '가성비'에 놀랐다. AI 반도체 업계에서 통용되던 공식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AI 반도체 투자는 '많이 투자할수록 고성능'이라는 법칙 아래 진행됐다. 이는 컴퓨팅 파워(연산력)와 데이터, 매개변수 등이 클수록 AI 모델 성능이 높아진다는 법칙이다. 빅테크가 최첨단 GPU를 고집한 이유다.

하지만 딥시크의 등장은 AI 반도체 투자 법칙을 통째로 흔들었다. 저비용·고성능 AI 구현 가능성에 딥시크 출시 직후 엔비디아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AI 반도체 관련 주가가 일제히 하락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최첨단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3E를 납품하고 있는데, 최첨단 GPU 수요가 줄면 고성능 HBM 수요도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상황을 지켜보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시장이 저성능·고비용으로 가면 타격은 있겠지만 오히려 호재로 보는 사람도 있다"며 "정보가 제한적이라 상황을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박상욱 신영증권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적은 칩으로도 AI 모델 구현이 가능하면 빅테크 업체들의 비용 효율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며 "투자 비용을 '얼마나 많이 쓰냐'보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지출하는지'가 향후 빅테크 업체들의 투자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딥시크, AI 인프라 줄일 우려 커"…저커버그 "수천억달러 투자할 것"

미국식 고비용·고성능 AI 모델 투자 방식에 대한 의구심은 AI 인프라 투자로까지 번졌다. 저비용은 곧 전력 수요 감소를 의미하는데, 향후 전력과 전선 등 AI 인프라 자체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였다. 대표적 AI 인프라인 '데이터 센터' 건설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딥시크는 "R1이 GPT 대비 전력 소모량을 50~75%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같은 논란이 일자 빅테크 기업들이 투자 확대 의지를 드러내면서 투자자는 물론 국내 국내 전력·전선 업계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플랫폼 최고경영자(CEO)는 "장기적으로 AI 인프라 투자에 수천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했다. 조나단 그레이 블랙스톤 그룹 회장은 "전력 사용량이 상당히 증가함에 따라 데이터 센터 필요성은 여전하다"고 했다.

오픈AI와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 등 3사가 함께 참여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도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호재다. 스타게이트는 AI 인프라에 50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에 거대 데이터 센터를 짓는 프로젝트다.

이로써 딥시크 출시 전부터 시작된 데이터 센터 투자 흐름에는 일단 재차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데이터 센터 처리 능력 수요는 계속해서 공급을 앞지를 것"이라며 "데이터 센터 투자 열풍이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고 분석했다.

머니투데이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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