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홈플러스 기자간담회장. 카메라 셔터가 연달아 터졌고, 묵직한 정적이 감돌았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사장이 나란히 서서 허리를 숙였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없었다. 사과를 하는 자리에서조차 두 사람은 웃음을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기자들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았다. 고개를 숙였다고 사과가 되는 것은 아니다. 형식적인 몸짓이 진정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은 기자회견장을 찾은 이들 모두가 직감했다.
김 부회장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을 불가피한 선택이라 강변했다. 그러나 MBK의 책임을 묻는 질문에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기자들이 집요하게 따져 묻자, 그는 MBK는 홈플러스에서 얻은 게 없다며 오히려 피해자인 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과 자리에서조차 비웃듯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사과는 형식이 아니라 진정성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피해를 본 협력사, 임대 점주, 직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 한마디도 없었다. MBK의 책임을 묻는 질문이 나올 때마다 김 부회장은 말을 돌렸고, 오히려 회생절차에서는 채권자가 우선이라며 MBK가 희생을 감수하고 있다는 듯한 발언까지 내놓았다. 책임은 회피하고,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뻔뻔한 태도에 기자들은 혀를 찼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들은 홈플러스 직원들이다. MBK의 경영 실패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이들은 결국 현장에서 땀 흘리는 노동자들이다. 기자회견장에서는 이들을 위한 대책이나 보호 방안이 단 한마디도 언급되지 않았다. 구조조정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도 두 대표는 즉답을 피했다. 직원들은 불안감 속에서도 매장을 지키고 있지만, 정작 그들을 지휘해야 할 경영진은 책임을 회피하는 데 급급했다.
조효정 기자 qu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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