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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7 (월)

[만물상] 서울대 합격자 서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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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광진구 세종대에서 열린 한 대형 입시학원의 '2024 수시·정시 합격 예상 점수 공개 및 수험생 지원전략 설명회'에서 한 학부모가 정시모집 배치 참고표를 들여다보고 있다. 최근 국세청 세무조사에선 지난 10년간 대형 입시학원들로부터 5000만원 이상의 돈을 받은 현직 고교 교사가 13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3년 7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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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럴스트=이철원


서울·부산 기준으로 고교 비평준화 마지막 세대는 76학번이었다. 76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에 경기고는 498명, 서울고 335명, 경복고는 284명 합격시켰다는 것이 당시 언론 보도다. 당시 서울대 정원 3210명 중 경기고 출신이 15.5%인 수치다. 그해 서울대 입학생 3명 중 한 명은 경기·서울·경복고 출신인 셈이다.

▶서울대 합격자 수는 오랫동안 명문고를 평가하는 기준이었다. 지금도 일상 대화에서 “그해 서울대 몇 명 갔어?”라는 말이 오가고 있을 정도다. 그러다 보니 고교들은 서울대 합격자 수를 늘리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합격자 수를 늘리기 위해 합격점이 낮은 단과대 지원을 강요하는 일도 드물지 않았다.

▶1977년부터 평준화 세대들이 대학에 들어가면서 서울대 합격자 수 판도는 크게 출렁였다. 전주고·대전고·경북고 등 당시 비평준화 지역 고교들이 상위권을 휩쓴 것이다. 그러나 그 기간은 길지 않았다. 1986년까지 주요 도시까지 평준화가 끝나면서 전통적인 강자 대신 신흥 명문이 속속 등장했다. 지금은 외고·과학고 등 특목고, 자사고가 서울대 합격자 수 상위권을 채우고 있다. 지방 전통의 명문고가 서울대를 한 명도 보내지 못해 동문들이 모금 운동에 나섰다는 뉴스를 보고 놀란 적도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서울대 합격자 수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IMF 사태 이후 의대 열풍이 불면서 전국의 의대·치대를 다 채운 다음 서울대 공대를 가는 현상이 나타나면서부터일 것이다. 또 정시의 경우 N수생 비율이 워낙 높아서 서울대 합격자 수가 해당 고교 수준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2025학년도 서울대 정시 N수생 비율은 60%다. 그럼에도 언제까지 고교 서열화를 조장하면서 서울대 합격자 수 타령을 할 것이냐는 비판도 거세졌다.

▶서울대가 올해부터 신입생의 출신 고교와 지역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대 합격자 수 기준으로 순위가 매겨지고 사교육 시장, 부동산까지 과열되는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고교가 “사람 교육하는 곳이지, 무슨 입학 성적 먹고사는 학원이냐”는 자성도 적지 않게 작용했을 것이다. 다만 유명 대학 진학 열망이 여전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으면 정보력이 뛰어난 사교육 업체의 입김만 커지지 않을까 걱정도 든다. 교육 선진국에선 우수하다고 평가받는 학과가 대학별로 다 다르다. 적성에 맞는 학과별로 가장 좋은 대학을 지망하면 특정 대학의 총합격자 숫자를 세는 후진적인 풍토도 사라질 것이다.

[김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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