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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장관급 방한 0건… “급한 불 끄려면 한덕수 선고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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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감국가에 한국 포함] 현실이 된 미국의 한국 패싱

지난해 12월 24일 당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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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에너지부가 한국 정부에 사전 통보 없이 한국을 ‘민감 국가 목록’에 포함하고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방한 일정을 조율하다가 최종적으로 취소하자 외교가에서는 계엄·탄핵으로 한국 정국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미국의 ‘한국 패싱’이 현실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월 20일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 한미 양국 간에는 정상 외교는 물론 고위급 소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안팎에서는 이 같은 미국의 한국 패싱을 막기 위해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과는 별개로 헌법재판소가 대미·통상 외교 전문가인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심판을 빨리 결론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

그래픽=백형선


한미 양국 국방부는 애초 헤그세스 장관이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방문하는 길에 방한하는 방안을 협의했다. 헤그세스 장관이 방한하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방한하는 첫 번째 장관급 인사가 될 상황이었다. 헤그세스 장관은 방한하면 양국 안보 협력 방안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조선업 협력 방안을 집중 논의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조선업계와 미 군함 건조·유지·보수 협력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려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 국방부는 최근 헤그세스 장관 방한을 취소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취임 후 처음으로 이달 말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군 기지와 동맹국을 순방하는데 한국만 제외된 것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괌·하와이·일본·필리핀 방문은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국방부는 “미측 일정 조정에 따라 방한이 불가피하게 순연되었다”고만 밝혔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에 이어 한 총리까지 국회에서 탄핵소추되고 국방부 장관직도 공석인 상황이 이어지는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군 통수권을 행사하는 최고 지휘부가 공석인 상황에서 미측이 방한하더라도 실질적인 논의를 하기가 어렵다고 봤을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로이드 오스틴 전 국방장관도 작년 12월 고별 방한을 추진하다가 취소했다.

한미 양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두 달이 되도록 정상 간 통화도 하지 않고 있다. 미 행정부 측은 한 총리까지 탄핵소추돼 최상목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 통화를 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달 6일 미국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 외교·국방 장관 방미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조태열 외교장관은 지난달 독일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마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과 만났지만, 아직 방미는 하지 못했다. 김선호(국방차관) 국방장관 대행은 비상계엄 여파로 방미는 물론 해외 출장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장관급 이상 정부 고위 인사 가운데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만 방미해 미 정부 인사를 만나고 돌아왔다.

이 때문에 한국의 외교 리더십 공백 상태를 빨리 해소하지 않으면 미국의 한국 패싱이 계속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런 차원에서 정치권과 정부 내에서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과는 별개로 한덕수 총리 조기 복귀가 ‘정상 외교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한 총리는 김대중 정부에서 통상교섭본부장,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부총리와 총리를 지냈다. 이어 이명박 정부에선 주미 대사를 지냈고, 이 기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 의회 비준 등에 대처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들과도 소통 채널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 탄핵 심판은 지난달 19일 변론을 종결한 상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 총리가 정상 외교에 전념하고 최 대행이 경제부총리 역할에 전념하기 위해서라도 헌재가 조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헌재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 이후 격화할 정국에 대비해서라도 한 총리가 빨리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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