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남확성기 철거로 호응할지 주목
국민의힘 "제2 오물풍선으로 돌아올 것"
우리 군이 4일 대북 심리전을 위해 접경지에 설치한 고정식 대북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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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이 4일 대북 심리전을 위해 북한 접경지에 설치한 대북확성기 철거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6월 선제적으로 대북 방송을 중단한 후 북한이 소음방송 중단으로 호응하자, 한발 더 나아가 확성기를 아예 없애기로 한 것이다. 정부는 "남북 간 긴장 완화를 위한 작업"이란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섣부른 조치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방부는 이날 "오늘부터 대북확성기 철거를 시작했다"며 "군 대비태세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남북 간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철거 대상은 고정식 대북확성기 전량(20여 대)으로, 주중 철거가 완료될 예정이다. 이동식 확성기 10여 대는 지난 6월 대북 방송 중단 과정에서 이미 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경호 국방부 부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지난 6월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지한 후 후속 조치 차원에서 국방부에서 관련 논의가 있었다"며 "관련 부서와 협의도 한 것으로 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대북확성기는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4월 판문점 선언 이후 모두 철거됐다가,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6월 북한의 오물 풍선 도발에 맞서 접경지역에 다시 설치됐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독자적 긴장 완화 조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 6월 9일 통일부가 민간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 금지를 요청한 데 이어 같은 달 11일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그러자 북한은 이튿날인 12일 대남확성기 소음 방송을 중단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달 대북 TV·라디오방송 송출 중단했고, 북한은 전파 방해 주파수를 차단했다. 우리의 대북 유화 제스처에 북한이 일정 부분 반응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대북확성기 철거에 북한이 대남확성기 철거 등 반응을 보일지가 관심사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이날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예방한 뒤 기자들과 만나 "VIP(대통령) 지시가 있어 확성기 중단이 됐었는데, 마땅히 그 연장선상에서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며 "완전히 없어진 신뢰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조치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북확성기 철거가 북한과 협의를 거친 것은 아니라고 합동참모본부는 전했다.
그러나 성일종 위원장을 포함한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성명서를 통해 "대북확성기 철거는 제2의 오물풍선과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로 돌아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 출범 일주일 만에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킨 데 이어 철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다"며 "문재인 정부 때 실패한 정책을 이재명 정부가 또 들고나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사 찾아 '자리이타' 언급한 정동영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 스님을 예방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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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정 장관은 진우 스님을 예방한 자리에서 "지난 정부 때 (남북이) 강대강으로 맞선 결과로 단절이 됐다"며 "우리가 선을 취하면 저쪽도 선으로 응할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자신뿐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불도를 닦는다는 뜻을 가진 불교 용어 '자리이타'(自利利他)를 언급한 정 장관은 "(남북이) 윈-윈하며 사는 길이 있는데, 그동안 서로 죽는 길로 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도 했다.
진우 스님은 "북한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한 금강산에는 8만9개 암자가 있을 정도로 유정사를 비롯해 절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며 "사찰들과 (교류를) 자연스럽게 연관시켜서 접근하면 북에서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이어 "내년쯤 조계사 위주로 공동법회를 연다든가 사찰 관광 등을 추진하면 그쪽에서도 (제안을) 받을 확률이 높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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