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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미, 인권보고서에 엘살바도르·이스라엘·러시아 비판 대거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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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5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 관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케이시 와서먼 LA올림픽조직위원장에게 넘겨주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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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인권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러시아, 엘살바도르에 대한 비판 내용을 대거 삭제하거나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국무부의 인권보고서는 외교관 등의 보고를 종합해 매년 3~4월께 발표되는 정부 공식 인권 평가 자료다.



    6일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국무부가 최근 발간을 미루고 있는 ‘2024 인권보고서’의 초안을 사전 입수해 살펴본 결과 특정 국가에 대한 비판 내용이 대거 축소되었다고 단독 보도했다. 이스라엘, 러시아, 엘살바도르 등 인권 침해로 비판받아 온 국가들에 대한 서술 분량이 전년도 보고서 대비 확 줄어들었고 일부 항목은 전면 삭제된 경우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바이든 행정부 때 쓰인 전년도 보고서에 비해 분량이 훨씬 짧고, 성소수자(LGBTQ+)나 이들에 대한 폭력 등에 대한 언급은 전면 삭제됐다.



    특히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의 경우 교도소에서 정부의 승인 아래 고문이 자행되며 살인 사례까지 있다는 비판을 전년도 보고서에서 다뤘는데, 이번에는 “신뢰할 만한 중대한 인권 침해 보고 없음”이라고 기록했다. 엘살바도르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미국과 협정을 맺고 자국의 교도소에 미국이 추방한 이민자들을 구금하기 시작한 나라다.



    올 초 국무부는 연례 인권 보고서를 법적 최소 기준만 맞추는 수준으로 줄이고, 인권 침해 우려 국가로 추방하는 정부 조처나 젠더 기반 성범죄, 정부 부패 등에 대한 언급은 삭제하라는 내부 지침을 직원들에게 하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침은 트럼프 정부에서 임명한 사무엘 샘슨이 주도했으며, 샘슨은 엘살바도르, 이스라엘, 러시아에 대한 보고서를 직접 검토하기도 했다.



    이들 세 나라에 대한 보고서는 지난해 보고서 대비 내용이 축소되었으며 표현 수위도 누그러졌다. 예컨대 이스라엘에 대해 서술한 분량은 100페이지에서 25페이지로 축소되었으며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 재판이나 팔레스타인 감시에 관한 국제 보고 등도 삭제됐다. 러시아의 경우 지난해에 대법원이 성소수자 단체를 ‘극단주의 단체’라며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체포 등 탄압했는데 기록되지 않았다.



    국무부는 “핵심 쟁점에 집중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국무부 고위 관계자는 6일 기자회견에서 “2024년 보고서는 중복을 제거하고 가독성을 높이도록 재구성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국과 다른 나라에서 ‘표현의 자유’가 후퇴하는 문제 등에 새로운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의 온라인 콘텐츠 규제 정책을 두고 지난 2월14일 ‘유럽 내에서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고 있다’는 주장을 편 바 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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