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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국제유가 흐름

    “인도, 러 원유수입 중단땐 국제유가 배럴당 200달러 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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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산 빠지면 대체 불가…OPEC+도 역부족

    美 ‘2차관세’ 부과 국제유가 폭등 우려…에너지 공급망 ‘흔들’

    헤럴드경제

    지난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회담을 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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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인도를 향해 25%의 추가 관세라는 강수를 두면서 글로벌 원유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할 경우,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6일(현지시간) 미 경제매체 CNBC는 인도 석유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인도가 지금 러시아 원유 수입을 전면 중단할 경우, 전 세계 소비자들은 배럴당 200달러 이상의 유가를 감당하게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인도는 현재 하루 평균 179만배럴의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 중이며, 이는 연간 기준 사상 최대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도를 상대로 추가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전체 대(對) 인도 관세율을 50%까지 끌어올렸다. 트럼프는 인도가 러시아의 전쟁 기계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원유 수입을 즉각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美, 인도에 러 원유 좀 사달라더니…왜 이제 와서 문제 삼나
    사라 박슈리 SVB 에너지 인터내셔널 대표는 CNBC에 “이번 압박은 협상을 위한 전술”이라며 “미국이 잃어버린 인도 원유시장 점유율을 되찾고, 2022년 이후 감소한 수출 물량을 만회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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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돼 있다. [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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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가 러시아 원유를 수입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고 있으며, 이는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침공 초기 미국은 오히려 인도에 러시아산 원유를 사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밥 맥낼리 전 백악관 에너지 고문은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를 찾아가 러시아산 원유를 사달라고 애원했다. 당시 인도는 거의 수입하지 않았지만, 유가 안정을 위해 원유를 구매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왜 사느냐고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 석유업계 관계자들은 CNBC에 “인도는 모든 국제 제재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은 오히려 세계 유가를 안정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러시아 원유는 미국과 유럽의 직접적 제재 대상이 아니다. 주요7개국(G7)을 중심으로 배럴당 60달러의 가격 상한제가 설정돼 있지만, 이는 러시아의 수익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일 뿐, 수입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에너지 컨설팅 회사 케플러(Kpler)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원유 수출량 335만배럴 가운데, 인도는 170만배럴을, 중국은 110만배럴을 수입하고 있다.

    이에 인도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당장 중단하려면 에너지 시장을 안정시킬 대책과 공급 부족분을 메울 ‘컨틴전시 플랜(비상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지오반니 스타우노보 상품분석가는 “인도가 러시아산 수입을 줄이면 중동산 원유로 대체하려 할 것”이라며 “2022년 전까지만 해도 중동 원유 의존도가 높았다. 다만 다른 국가들이 인도 몫까지 나서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3대 산유국으로, 하루 약 1100만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은 2023년과 지난해 각각 38%였고, 2025년 현재는 36% 수준이다. 전체 원유 수입량이 매년 증가하는 상황에서, 러시아 의존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한 인도 관계자는 CNBC에 “러시아 원유가 시장에서 사라지면 국제 유가는 순식간에 폭등할 것”이라며 “유가는 단기간에 2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맥낼리는 “단기적으로는 브렌트유가 80달러 이상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며 극단적인 유가 급등 시나리오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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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의 원유 유조선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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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C+도 역부족…공급 충격 감당할 여력 한계
    러시아는 2016년 사우디와 함께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주요 산유국으로 구성된 OPEC+에 합류한 이후 생산량 조절을 통해 국제 유가를 안정시켜왔다. 최근 OPEC+ 8개국은 9월부터 감산을 전면 해제하고 증산에 나설 계획을 발표하며 러시아 공급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리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러나 UBS는 “OPEC+의 여유 생산 능력으로도 러시아 수출이 전면 중단될 경우 감당하기 어렵다”며 “바이든 행정부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스타우노보는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는 유가 폭등을 막으면서도 러시아 정부의 수익을 제한하려는 목적이었다”며 “이런 정책 판단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나온 결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 관세 발표 전 “인도는 좋은 무역 파트너가 아니었다”고 비판했다. 인도 정부는 “미국의 비판은 부당하고 비합리적이며, 러시아 원유 수입은 미국의 조언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석유를 직·간접적으로 수입하는 데 대응해 이날 인도산 제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인도 정부가 현재 러시아 연방의 석유(원유와 각종 석유 제품 포괄)를 직간접적으로 수입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며 “관련 법률에 따라 미국 영토로 수입되는 인도 물품에는 25%의 추가 관세율이 적용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명령이 앞으로 3주 후 발효된다고 밝혔다. 인도는 오는 7일부터 25%의 국가별 관세(상호관세)를 부과받기로 돼 있어 이번 25% 추가 관세를 더하면 3주 후부터 미국의 대(對)인도 관세율은 50%로 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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