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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이슈 유럽연합과 나토

    '빅테크 규제' 두고 EU·미국 갈등, 무역 공동성명 발표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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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서비스법(DSA) 예외 원하는 미국
    "수천억 원 과징금 부과는 비관세 장벽"
    EU "DSA 예외 적용은 레드라인" 맞서


    한국일보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스코틀랜드 턴베리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서 무역 합의에 도달한 후 악수하고 있다. 턴베리=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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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찌감치 무역협상을 마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공동성명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 미국은 EU의 '빅테크 규제'를 비관세 장벽으로 규정하며 완화를 요청했지만, 강력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규제하려는 EU는 "예외란 없다"고 맞서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미국과 EU의 무역 공동성명 발표가 비관세 장벽에 대한 양국의 의견 차로 지연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무역협정을 타결한 뒤 며칠 내로 공동성명이 발표될 것이라고 예견됐지만, 약 20일간 지체된 셈이다.

    미국이 문제 삼은 건 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이다. 2022년 제정된 이 법에 따라 빅테크는 불법 콘텐츠를 관리·감독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 연간 수익의 6%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유럽 시장 퇴출도 가능하다.

    미국은 EU가 DSA를 바탕으로 자국 기업에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며 이를 비관세 장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례로 EU는 지난해 예비조사에서 SNS인 엑스(X)가 DSA를 위반했다고 봤는데, 이 결정이 확정되면 X는 최대 1억5,000만 달러(약 2,000억 원)의 과징금을 내야 한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공동성명에 자국 기업에 한해 DSA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길 원한다.

    하지만 SNS 규제의 세계적 선봉장에 선 EU에 DSA 예외 적용은 레드라인이다. 무역 협상 과정에서 "EU의 빅테크 규제가 협상 카드로 테이블에 올랐다"는 관측이 제기되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게다가 빅테크 대부분이 미국 기업인 점을 고려했을 때 미국 제안을 받아들이면 DSA 자체가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있다.

    미국은 버티는 EU에 자동차 관세로 압박 중이다. 품목관세 적용을 받는 자동차의 경우 무역합의에 따라 관세를 인하하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행정명령에 서명해야 한다. 당초 이달 15일까지 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봤지만, 미뤄지고 있다. 한 미국 정부 관계자는 FT에 "공동성명에 합의하기 전까지 자동차 관세를 인하하는 행정명령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U의 관세 인하 시점을 정확히 제시해달라는 미국의 요구도 공동성명 지연의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미국은 자국산 케첩, 비스킷, 코코아, 대두유 등에 대한 EU 시장 접근권이 언제 개선되는지 명확한 시점을 알려달라고 EU에 요청했다. 하지만 EU는 27개 회원국의 내부 승인 절차에 대한 정확한 일정을 설정하기는 무리라는 입장이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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