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왕 랭킹 1~4위 휩쓸어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맹활약하고있는 다케다 리오, 야마시타 미유, 이와이 지사토, 이와이 아키에 선수.(왼쪽부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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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세계 여자 골프 최정상으로 도약하고 있다. 2000년 이후 태어난 젊은 선수들이 주축을 이루는데,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맹활약하는 이들을 일본에선 ‘다이아몬드 세대’ ‘플래티넘 세대’ 등으로 구분하며 열광하고 있다. 일본 여자 골프가 수년 새 몰라보게 강해진 비결로 선수 각자의 스윙과 개성을 존중한 유망주 육성, 정밀한 쇼트게임 강화, 세계 수준에 맞춘 코스 세팅과 투어 운영 등이 꼽힌다.
그래픽=양진경 |
올 시즌 LPGA 투어 신인상 랭킹은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일본 선수 차지다. 올해 나란히 1승씩 올린 다케다 리오(22)와 야마시타 미유(24), 쌍둥이 자매 이와이 지사토(23)와 아키에다. 올해 미국 무대에 데뷔했지만, 일본 여자 프로골프(JLPGA) 투어에선 이미 통산 6~13승씩 거둔 검증된 강자들이다. 지난해 일본 선수로는 34년 만에 LPGA 신인왕에 오른 사이고 마오(24)에 이어 2년 연속 일본 출신 신인왕이 유력하다.
일본 선수들은 올해 LPGA 투어에서 총 5승을 거뒀는데, 메이저 대회 우승이 두 번이다. 올 시즌 4승의 ‘한국 군단’보다 활약이 훨씬 두드러져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일본은 2024년에도 메이저 대회 2승을 거뒀고, 가장 최근에 끝난 메이저 AIG 여자오픈에선 톱5에 3명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은 최근 3시즌(2023~2025) 동안 메이저 챔피언은 양희영(2024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한 명뿐이다.
최근 일본 여자 골프 선수들은 황금 세대(1998년생 중심), 플래티넘 세대(2000년생), 다이아몬드 세대(2003년생)로 불리며 큰 기대를 받고 있다. 2010년 세계 1위에 오른 미야자토 아이(40), 2019년 일본에 42년 만의 메이저 우승(AIG 여자오픈)을 안긴 시부노 히나코(27)를 보며 자란 세대가 미국 무대에 본격 등장한 것이다. 특히 황금 세대 중 크게 주목받지는 못했던 시부노가 미야자토도 이루지 못한 메이저 우승을 달성하자, 또래와 후배 선수들 사이에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일본 동양경제는 최근 “일본 여자 골프가 강해진 이유 중 하나는 일본골프협회가 주니어 선수 육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라며 “2015년 국가대표팀 헤드 코치로 호주 출신 가레스 존스를 영입해 팀을 강화했다”고 분석했다. 일본골프협회는 2014년 자국에서 열린 세계 아마추어 팀 선수권 대회에서 일본 대표팀이 저조한 성적을 내자 존스 코치에게 팀을 맡겼다. 호주 대표팀을 지도했던 존스는 선수 각자의 개성과 신체 특성을 고려해 똑같은 스윙을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그보다는 쇼트게임 연습 비중을 크게 늘리고, 통계 데이터를 적극 활용하며, 대회 전 준비와 전략 수립, 체계적인 몸 관리 중요성을 강조하는 등 일본 아마추어 골프를 크게 바꿔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JLPGA는 투어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3라운드 대회 상당수를 4라운드 대회로 바꿨고, 아시아 최초로 LPGA 투어 상금왕(1987년)에 올랐던 오카모토 아야코 등 레전드 선수들에게 코스 세팅을 맡기기도 했다.
다이아몬드 세대 대표 주자인 다케다를 비롯해 최근 상당수 일본 선수들은 비거리나 체격에서 크게 밀리지 않는다. 키 167cm인 다케다는 올 시즌 LPGA 투어 평균 드라이브샷 거리 33위(269.53야드), 키 161cm인 아키에는 44위(266.98야드)를 달린다. 하지만 키 150cm 단신인 야마시타, 153cm인 후루에 아야카(25) 또한 쇼트게임 기술과 정확성으로 승부해 메이저 대회를 제패했다. 아카노 기미야키 멘털 코치는 일본 골프다이제스트에 “요즘 젊은 선수들은 골프를 즐긴다는 마음이 있고, 주변 시선보다 자신의 세계를 소중히 하는 선수가 늘었다”고 했다.
또한 과거 한국처럼 최근 일본 출신들이 두각을 나타내자 선수들의 라이벌 의식이 시너지와 성장을 이끌어낸다는 분석도 있다. LPGA에서 뛰는 일본 선수는 지난해 9명에서 올해 13명으로 증가했다. 아키에는 지난 18일 스탠더드 포틀랜드 클래식 우승 직후 “여러 일본 선수가 올해 우승해 압박감도 느꼈지만, 나 자신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황금·플래티넘·다이아몬드 세대
2000년 전후로 태어난 일본 여자 골프 선수들을 구분해 부르는 별칭이다. 미야자토 아이(40)의 활약을 보고 성장해 메이저 챔피언이 된 시부노 히나코(27) 등을 ‘황금 세대’라 하고, 이어 후루에 아야카(25) 등 2000년생을 ‘플래티넘 세대’로 부른다. 올해 LPGA 신인왕이 유력한 다케다 리오(22) 등 2003년생은 장타력까지 갖춰 ‘다이아몬드 세대’로 불린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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