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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김정은 위원장과 정치 현황

    “롤러코스터 같았던 회담… 김정은도 이번 만남 눈여겨봤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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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우려 컸지만 李 선방”

    조선일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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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5일 첫 정상회담에 대해 한미 양국의 전문가들은 대체로 우려했던 것보다 좋은 회담이 됐다고 평가했다.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은 “회담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숙청’ ‘혁명’을 언급해 긴장한 것에 비춰보면, 첫 만남에서 이보다 더 잘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조 전 원장은 “특히 이 대통령이 트럼프의 기를 살려주면서 그가 피스메이커를 하면, 자신은 페이스 메이커를 하겠다고 한 것이 돋보였다“고 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를 지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PI) 부소장은 “이 대통령이 잘 준비된 모습으로 강력한 동맹의 필요성을 효과적으로 강조했으며 트럼프를 칭찬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은 “트럼프가 회담 직전에 SNS를 통해 한국에 부정적인 언급을 해 긴장했는데, 회담이 큰 문제 없이 끝나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라며 “매우 중요한 정상회담이었는데, 아무런 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이화여대 박원곤 교수는 “대통령실의 국가안보실장뿐만 아니라 비서실장, 정책실장이 워싱턴 DC에 집결하고, 외교부 장관은 한일 정상회담을 건너뛰고 급히 방미, 최악의 외교 참사가 거론되던 상황에서 이 대통령이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그래픽=정인성


    조 전 원장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미 양국이 북한에 대해 공동 보조를 하게 된 것은 의미가 크다고 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트럼프가 북한 문제에 대해서 의기투합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며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번 회담을 눈여겨봤을 것”이라고 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앞으로 3자 회담이 시동 걸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유독 김정은과의 만남이 중요하게 논의된 것을 우려했다. 그는 “김정은이 러시아라는 뒷배가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미·북, 남북 회담을 한다면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꽃놀이패가 생겼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박 교수도 한미 동맹에 대한 구체적 언급 없이 북한과의 대화가 부각된 것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굳건한 한미 동맹에 기반한 확장 억제 약속이 없고, ‘북한 비핵화’에 대해서도 애매모호하게 말한 것은 문제”라고 했다.

    김 전 실장은 이 대통령이 워싱턴 DC로 가는 기내 회견에서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 2기 출범 후 미국에서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고 있는데, 비공개 회담에서 논의될 사안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두 달밖에 남지 않았는데, 트럼프가 “갈 수 있다고 본다”며 확실하게 답하지 않은 것은 유감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이날 주한 미군 감축 가능성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하면서 “주한 미군 부지의 소유권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동안 주한 미군 감축 및 한국의 방위비 대폭 증액을 언급해왔던 트럼프가 주한 미군 기지 부지의 소유권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박 교수는 “트럼프의 주한 미군 기지 소유 제안은 크게 볼 때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강조하는 흐름과는 반대 방향이고, 미군을 붙잡아두는 새로운 의미의 인계 철선(tripwire)이 된다는 의미에서 나쁠 것이 없다“고 했다. 현재 미군 기지는 우리 정부가 무상 임대하고 있는데, 미군 주둔 기간 동안만 미국 소유로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한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조 전 원장은 ”현재 우리 정부가 주한 미군에 대해 기지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유권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나, 트럼프가 미군의 주둔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커틀러 부소장은 “방위비 지출 확대를 압박하고 있는 트럼프가 주한 미군 기지를 소유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나 이는 이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수용하기 불가능한 제안”이라고 했다.

    미국에서는 이번 정상회담에도 불구, 관세와 무역에서의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커틀러 부소장은 “한미가 3500억달러 대미(對美) 투자 기금 구조와 운영 방식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한국에 디지털 무역 장벽 완화와 쌀·소고기를 포함한 농업 시장 접근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며 “무역 측면에서 긴장이 남아 있다”고 했다.

    ASPI의 에마 찬렛-에이버리 정치·안보 국장은 트럼프가 위안부 문제를 얘기하며 “한국이 집착하고 있다”고 표현한 것에 주목했다. 그는 “트럼프의 예상치 못한 발언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이 대통령이 불과 며칠 전에 강조한 미래 지향적인 메시지와는 다른 것”이라며 미국의 한국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과 트럼프의 첫 정상회담은 문제의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박 교수는 “통상적으로 양자 간 모든 문제는 정상회담을 통해 마무리되는데, 이재명 정부는 그 반대로 정상회담부터 본격 시작되는 경로를 밟게 됐다“며 ”앞으로 수면하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한미 동맹, 주한 미군, 무역 및 관세 문제에 대해 치열하게 협상해야 한다”고 했다.

    [이하원 외교안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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