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절반 이상이 北 얘기
언론에 공개된 54분간의 소인수 회담에서 두 대통령은 상당 시간을 ‘북핵’ ‘한반도 평화’ ‘김정은과의 회담’ 등에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피스 메이커(평화 중재자)’라고 부르며 “저의 관여로 남북 관계가 잘 개선되기는 쉽지 않은 상태인데 실제로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좋다. 함께 북한과 관련해 큰 진전을 이루자”고 했다. 이후 비공개 업무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을 만나라고 한 지도자는 처음”이라며 “이재명 대통령은 정말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여러 번 말했다고 대통령실은 소개했다.
이날 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10월 31일~11월 1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 회의에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석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러고 싶다. 무역 회의를 위해 곧 한국에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PEC에서 김정은 또는 시진핑 중국 주석과 만날 수 있나”란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흥미롭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오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경주 APEC에 초청했고 “가능하다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도 추진해 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APEC 방한 계기에 미·북, 남·북·미 대화를 추진해 보자는 취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며 “당신은 전사다” “당신은 미국으로부터 완전한 지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러, 북·중 관계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부분은 사실 정확하게 잘 몰랐다”는 식의 대답을 하면서 그 의견을 의미 있게 들었다고 강 대변인은 소개했다.
회담 후 전략국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이 대통령은 “한반도에는 해결되지 못한 ‘시대의 잔재’가 남아 있다. 바로 북한의 핵 문제”라며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비핵화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동결→축소→비핵화’의 3단계 북핵 해법을 제시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이 “계속 두면 핵과 미사일 역량이 계속 늘어가지 않나. 어떻게든 중단을 시킨 다음 (비핵화로) 되돌려야 되지 않겠느냐”는 인식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체로 공감을 얻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회담에서 “우리가 러시아·중국과 함께 하려는 것 중 하나가 비핵화”라면서 “비핵화가 큰 목표”라고 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올 초 중국, 러시아에 핵 군축 회담을 제안한 적 있어 북한의 비핵화를 뜻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에게 ‘우리와 북한 사이에 문제가 있으니 바로잡아 달라’고 했더니 ‘우리는 그들과 전쟁을 했었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또 “예전에는 하나의 코리아가 있었고 매우 크고 강력한 국가였다. 시 주석이 그 국가가 중국과 지난 2000년 동안 많이, 아마 51번쯤 전쟁을 했다고 설명했다”며 “지금은 두 개의 강력한 국가가 됐지만 사이에 벽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주한 미군의 역할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발언을 하지 않았다. 조만간 있을 미 국방부의 ‘국가방위전략(NDS)’ 발표나 올가을 한미 연례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이 문제가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수출하지 않는 B-2 전략폭격기 성능을 자랑하며 “한국은 군사 장비의 큰 구매자로, 그 논의도 할 것”이라고 했다.
[노석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