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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7 (일)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메로나'와 '메론바'…'미투 제품' 계속 나오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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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코파이·불닭볶음면 등 끝없는 '미투' 논란
    빙그레 2심 승소, 따라하기 관행 제동
    디자인권·상표권 강화…제도 보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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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빙그레 메로나(위)와 서주 메론바/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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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로나'와 '메론바'. 얼핏 보면 누가 원조인지 헷갈릴 만큼 닮았다. 둘 중 하나는 '미투(Me too) 제품'이다. 미투 제품은 특정 제품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 다른 기업이 이를 모방해 이름·디자인·콘셉트가 유사한 제품을 내놓는 것을 말한다. 식품업계에서 원조의 인기에 편승하는 형태의 '미투 제품'은 이제 관행처럼 자리 잡은지 오래다.
    '원조'와 '미투'의 치열한 싸움

    최근 빙그레 '메로나'와 서주 '메론바'의 수 년에 걸친 법적 다툼이 화제다. 메로나는 1992년 빙그레가 출시한 아이스크림이다. 우유 성분을 넣어 부드럽고 쫀득한 식감에 당시 고급 과일이던 멜론 맛을 구현해 큰 인기를 끌었다. 바나나가 귀하던 시절 '바나나맛 우유'의 성공과 유사한 공식이었다. 메로나가 히트하자 서주도 나섰다. 서주는 2014년 '메론바'를 내놨다. 제품명과 포장 이미지, 직사각형 모양까지 메로나와 흡사하게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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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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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주가 메론바를 내놓자 빙그레가 반발하고 나섰다. 빙그레는 소비자 혼동 우려를 들어 2023년 서주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서는 "차별적 특징이 없다"며 서주가 승리했다. 하지만 지난 21일 열린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혔다. 법원은 "메로나 포장은 구별 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고, 빙그레가 쌓은 소비자 인지도가 인정된다"며 빙그레의 손을 들어줬다.

    빙그레 관계자는 "2심에서는 빙그레가 장기간 투자와 노력으로 메로나 포장 디자인의 주지성을 획득했고, 서주 메론바가 소비자가 혼동할 만큼 높은 수준의 유사성을 보인다는 점이 인정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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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양식품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유사한 제품들.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닛신, 삼양식품, 하림, 팔도 제품/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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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식품업계의 '베끼기'는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 1974년 오리온이 개발한 '초코파이'는 수많은 미투 제품을 낳았다. 오리온은 1997년 롯데 '초코파이'와 크라운 '쵸코파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이미 '초코파이'가 보통명사가 됐다는 이유로 패소했다. 결국 지금도 롯데와 해태 등에서는 비슷한 디자인과 같은 이름으로 '초코파이'가 판매되고 있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도 미투 제품의 공격을 피해가지 못했다. 삼양식품은 팔도 '불낙볶음면'과 법적 공방을 벌였다. 중국에서는 바코드와 제조일자까지 복제한 가짜 제품까지 등장했다. '까르보 불닭볶음면'도 팔도, 하림, 일본 닛신 등에서 비슷한 분홍색 패키지와 캐릭터 디자인까지 유사한 '미투 제품'을 내놓으며 논란이 됐다.

    '미투 제품' 계속 나오는 까닭은

    그렇다면 식품업계에서 '미투 제품'이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법·제도적 한계와 산업 구조에 있다고 보고 있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은 상품 형태 모방을 금지하고 있지만, 디자인 유사 여부를 판별하는 기준이 모호하다. 또 침해 입증 책임이 원조 업체에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기업 입장에서는 표절 입증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를 생각하면 부담이 크다. 이 탓에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식품 분야는 대중적이고 친숙한 원료가 주로 사용되다보니 소재 자체에 독점권을 갖기도 어렵다. 특허 등록을 위해서는 제조 과정, 디자인, 상표 등 세부 요소까지 차별성을 입증해야 한다. 하지만 업체간 기술 수준이 평이하고 차별성도 적어 특허권 확보 역시 쉽지 않다.

    게다가 식품업계 평균 영업이익률이 5% 내외에 불과해 연구개발(R&D) 투자 여력이 크지 않다는 점도 미투 제품 양산의 원인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적은 투자 비용으로 검증된 제품을 모방하는 미투 제품을 판매하면 실패 위험은 줄고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된다"면서 "이러한 구조가 결국 미투 제품 양산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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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오리온 초코파이 정, 롯데 초코파이, 크라운 쵸코파이/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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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업계에서는 최근 빙그레의 2심 승소가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보고 있다. 원조 업체 권리 보호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여서다. 법원이 오리지널 브랜드 손을 들어준 것은 '모방 제품도 법적 제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제도 보완 필요성은 여전히 남은 숙제다. 업계에서는 저작권·특허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비한 디자인권·상표권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단순히 등록 요건을 완화하는 차원을 넘어 제품 외형과 포장 디자인에 대한 보호 범위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상표나 디자인 유사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 피해 업체가 입증하기 어렵다"며 "법적 기준을 명확히 하고 제재 강도를 높이면 억제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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