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측도 관영 언론 통해 방중 확인
대통령실 "사전 인지...한미정상회담에도 영향"
김, 다자외교무대 데뷔...첫 전승절 참석
2018년 5월 중국 다롄을 방문한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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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제2차 세계대전) 승전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한다. 집권 후 첫 다자외교 무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미국과 각을 세우고 있는 지도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강력한 '반서방 연대' 메시지를 발신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정부는 28일 열병식 준비 상황 관련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26명의 외국 국가 원수 및 정부 수뇌가 기념 활동에 참석한다"며 김 위원장 등 참석자 명단을 발표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중국과 조선(북한)은 산과 물이 이어진 우호적 이웃"이라며 "우리는 김정은 총서기(총비서)가 중국을 방문해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스트전쟁 승리 80주년 기념활동에 참석하는 것을 열렬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북한 측도 같은 시각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방중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의 방중은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2019년 2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하노이 정상회담을 앞둔 그해 1월을 마지막으로 중국을 찾았고, 같은 해 6월 시 주석은 답방 형식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도 처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했던 승전 70주년 열병식에는 최룡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북한을 대표해 톈안먼 성루에 올랐었다.
이번 전승절은 김 위원장의 다자 외교 데뷔 무대다. 2011년 권력 승계 이후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이나 푸틴 대통령 등 동맹국 정상들과 양자 대화를 한 적은 있으나, 다자 무대는 극구 꺼렸다. 북한의 '유일 영도체계'는 최고지도자로의 권력 집중을 중요시하는데, 다자외교 무대에서는 김 위원장이 전세계 여러 지도자 중 한 명으로 취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하고, 핵·미사일 개발로 국제적으로 장기간 고립되면서 북한이 전략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중국 측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베트남과 라오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몽골, 파키스탄, 이란 등의 정상과 고위 관계자 26명이 이번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다. 오랫동안 국경 문제로 중국과 갈등을 빚어왔지만 최근 미국과의 관세 전쟁을 계기로 해빙 무드에 들어선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이름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모디 총리가 전승절 직전 톈진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는 참석하는 만큼, 관계 개선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 대통령실은 해당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고 발표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이미 관계기관을 통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며 "오늘 발표가 난다는 것도 아침에 보고받았다"고 말했다. 또,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이 사실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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