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의 가을, 외교지형 격랑
북중러 정상 베이징 만남 뒤이어… APEC전후 美中 정상회담 가능성
경주에 김정은 초청 여부 주목… 연내 한중일 정상회의도 추진
APEC 정상회의가 개최될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 센터 전경.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음 달 초 중국 전승절 행사에 참석하기로 하면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동북아시아 정세에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이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일 공조 강화를 확인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10월 31일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한 직후 북-중-러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이다. 전승절에 이어 APEC 정상회의와 연내 추진되는 한일중 정상회의 등이 이어지는 만큼 동북아 안보 질서도 분수령을 맞을 수 있다.
● 북-중-러 회동 뒤 APEC 회의까지 안보 지형 변화
다음 달 중국 전승절을 시작으로 10월 경주 APEC 정상회의로 동북아 지역 내 정상 외교 일정이 분주해질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APEC 정상회의에 모두 초청했다. 정부는 중국이 내년 APEC 정상회의 의장국인 만큼 11년 만의 중국 최고 지도자 방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에 참석해 북-중-러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APEC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할 가능성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북-중-러 정상이 한데 모여 밀착하면서 그동안 유럽과 중동 상황에 집중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본격적인 동북아 외교에 나설 수 있다는 것. 실제로 트럼프 행정부는 APEC을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APEC 정상회의 이후엔 연내 개최를 목표로 한일중 정상회의가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김 위원장의 APEC 초청도 논의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25일(현지 시간)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APEC 정상회의에 초청하면서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권유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슬기로운 제안”이라고 평가했다고 밝혔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과거 두 차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회담 사례에 비춰 본다면 북한도 중국과의 논의를 통해 혹시 있을지 모를 북-미 핵협상에 대해 준비해 나간다는 인상을 미 측에 던질 수 있다”고 말했다.
● “2018년과 데자뷔? 전략적 환경 달라” 지적
21일 경북 경주시청 곳곳에 APEC 2025 정상회의 조형물이 설치됐다. APEC 2025 정상회의 오는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경주 보문단지 일대에서 개최된다. 2025.8.21/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부는 정보당국 등을 통해 김 위원장 전승절 참석 동향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APEC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을 제안한 것이 김 위원장의 방중 정황을 미리 파악한 상황에서 나왔다는 것.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대통령실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정상회담도 이런 영향이 베이스(기본)로 깔린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강 실장은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과 대화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보여줬는데 공간과 방식에 대해 특정할 수 있는 시기는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북-미 충돌 위기에서 대화로 급격한 국면 전환이 이뤄졌던 2018년과 비슷한 정세가 다시 전개되는 것 아니냐는 낙관적인 기대도 나온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 대표단을 보낸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수락하자 같은 해 3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첫 북-중 정상회담을 가진 데 이어 4월 남북 정상회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외교 이벤트를 전후해 시 주석과 회담했다.
다만 정부 관계자는 “지금 북한은 러시아와 혈맹을 맺고 있고, 소원했던 북-중 관계를 되살리는 상황”이라며 “또 한국에 적대적인 두 국가 기조를 거듭 확인하고 있는 만큼 당시와는 전략적 환경이 판이하다”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