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대표가 지난 27일 국회에서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으로부터 전달받은 이재명 대통령의 축하난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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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제안한 대통령-여야 지도부 회동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통상 대통령이 미국을 찾아 한·미 정상회담을 한 뒤에는 여야 대표 등과 만나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고 국정 현안에 관한 의견을 청취하는 일이 관례로 굳어져 있지만 새로 출범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회동의 전제조건으로 이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와의 ‘일대일 회담 약속’을 내걸고 있어, 회동이 조기에 성사될지는 유동적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31일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를 통해 “이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 회동은 현재 물밑 협의 중이며 일정이 정해지는 대로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회동 조기 성사 여부의 열쇠를 쥐고 있는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외하고 별도 회동을 추가로 열거나, 따로 날짜를 잡아 대통령과의 일대일 면담을 하겠다고 약속해야 응하겠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국회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방미 성과를 알리는 자리에 ‘병풍’, ‘들러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정상회담 내용을 공유하는 초대를 거부하면 여론이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갈리는 상황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방미 정상회담 후 여야 지도부와의 회동 사례를 보면 이번에도 절충점을 찾아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은 커 보인다. 경향신문이 2000년대 이후 취임한 대통령들의 사례를 살펴본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부터 윤석열 전 대통령까지 5명의 전직 대통령 집권기 동안, 윤 전 대통령을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방미 정상회담 이후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한 차례 이상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나 유엔총회와 같은 다자회의 참석을 계기로 이뤄진 정상회담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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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총 3번의 방미 정상회담 이후 두 차례 여야 대표를 불러 회담 결과를 설명했다. 특히 2005년 6월 회담은 그해 2월 북한이 핵무기 보유 사실과 6자회담 거부를 발표하고 남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천명한 회담이어서 정치권과의 소통이 중요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세 차례 방미 정상회담 이후 3번 모두 여야 지도부와 회동을 했다. 북한 유사시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 확장억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미국산 소고기 수입 등 한·미 정상 간 회담 결과가 여야와 공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임 중 2번의 방미 정상회담 후 1번, 문재인 전 대통령은 4번의 한·미 정상회담 후 두 차례 여야 대표들과 만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2023년 4월 국빈방문으로 미국을 찾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후 한·미 핵협의 그룹(NCG) 창설 등의 내용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지만, 이후 여야 지도부와는 회동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내내 사실상 야당과의 대화를 거부했기에 방미 후 야당과의 회담 성과 공유 역시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과의 회동은 지난해 4월 당시 여당의 총선 참패 직후 한 차례가 유일하다.
방미 회담 후 여야 지도부와 대통령이 만나지 않은 경우 대체로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였다. 2013년 5월 박 전 대통령의 첫 방미 때에는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의 파문이 큰 탓에 회동이 열리지 못했다. 문 전 대통령 때는 2018년 5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나흘 뒤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회동이 생략됐다.
회동은 성사됐지만 여야 대치 등 정국 상황으로 제1야당 대표만 불참한 사례도 있었다. 2009년 6월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만남 요청에 정세균 당시 민주당 대표는 검찰의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불참했다. 2017년 6월 문 전 대통령의 초청에는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들러리를 서지 않겠다”며 불참한 가운데 여야 4당 대표와 회동이 이뤄졌다. 지지층의 여론을 의식해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만남을 갖지 않은 경우로 현재와 같이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치하던 상황에서 회동이 무산된 경우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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