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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렉카 유튜버가 “제재 좀 해달라” 국회 청원···촌극 빚은 이유[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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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조사, “렉카 유튜버 사회적 문제” 92%

    논란 조명해 수익···쯔양 사건으로 실상 드러나

    정부·유튜브 방관 속 성장···최근 규제 움직임

    경향신문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마지막 변론 기일이던 2월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탄핵 반대 집회를 한 유튜버가 촬영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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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버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와 ‘연예뒤통령 이진호’ 측이 서로를 겨냥해 올린 국민동의청원 2건이 지난달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에 상정됐습니다. 배우 고 김새론씨 사망 책임 공방에서 비롯된 이 청원들은, 유튜버들이 스스로 “제재해야 한다”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데요. ‘레커 유튜버’(사건·사고를 자극적으로 가공해 돈을 버는 유튜버)들도 국회에 제재를 청원해야 할 만큼 규제가 부족한 현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레커 유튜버는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사회 문제’라고 답할 정도인데, 왜 아직까지 충분한 규제가 없는 걸까요?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어쩌다 유튜버들이 규제를 강화해달라고 말하는 ‘역설’까지 발생한 건지 점선면이 정리해봤습니다.

    점(사실들): 가짜뉴스도 ‘장사’가 된다?


    먼저 레커 유튜버가 탄생한 배경부터 살펴봐야 하는데요. 이건 국내에서 유튜브가 성장한 배경과 맞물려있습니다. 2008년 온라인 동영상 점유율이 2%에 불과하던 유튜브는 조회 수에 따라 광고수익을 얻는 단순한 구조와 세계적인 플랫폼이라는 이점을 바탕으로 성장해 2018년엔 광고시장 점유율 70%를 넘겼습니다. 자본과 시청자가 몰려 영상이 돈이 되기 시작하면서 이 무렵 레커 유튜버가 등장했습니다.

    문제는 허위 사실을 유포해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세청은 2019년부터 매년 억대 수익 유튜버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데요. 지난해 대상엔 레커 유튜브 채널 3개 등도 포함됐습니다. 지난해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가 연예인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가짜 동영상을 올려 2021년 6월부터 약 2년 동안 약 2억5000만원의 수익을 얻었다는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경향신문

    일러스트 | NEWS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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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맥락들): ‘정의 구현’ 내세워도 결국은 돈


    조회 수가 곧 돈이 되다 보니 연예인, 유튜버, 정치·언론·기업인 등 알려진 사람들이 주 표적이 됩니다. 탈덕수용소는 아이브 멤버 장원영, BTS 멤버 뷔·정국 등에 대해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했다가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고요. 가세연은 배우 이선균의 마약 투약 혐의에 대해 사망 전날까지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을 게시했습니다. 현재(지난달 31일 기준)도 채널에 있는 영상들의 조회 수는 수십만회에 달합니다.

    일부 유튜버들은 사익이 아니라 ‘표현의 자유’나 ‘정의 구현’ 같은 공익을 표방하기도 하는데요. 유튜버 쯔양 사태로 실상이 드러났습니다. 유튜버 구제역은 2023년 쯔양에게 “사생활 의혹을 제보받았는데 돈을 주면 공론화하지 않겠다”고 협박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가세연은 “쯔양을 단죄하겠다”며 동의 없이 사생활 영상을 게시했다가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영상 삭제 명령을 받았습니다.

    정치인이나 현안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있어 더 위험한데요. 지난 20대 대선 과정에서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기소된 가세연 출연·운영자 강용석씨와 김세의씨는 지난달 20일 1심 재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문제가 된 방송 시점은 대선을 앞둔 2021년 5월과 11월이었습니다.

    레커 유튜버들이 혐오 정서를 부추긴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논란을 쫓는 특성상 누구나, 언제든 피해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지난 2월 신남성연대 배인규씨, 안정권씨 등 유튜버들은 이화여대에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에서 학생들을 향해 외모 비하와 성희롱성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여대가 가진 페미니즘적 상징성을 공격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경향신문

    가로세로연구소 대표 김세의씨를 협박 등의 혐의로 고소한 ‘1000만 유튜버’ 쯔양(본명 박정원)씨가 4월16일 조사를 위해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로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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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면(관점들): 정부·플랫폼 방임 속 커지는 피해


    정부와 유튜브 등 플랫폼 기업은 이들을 방임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임기 중 레커 유튜버들을 제도권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등 사실상 ‘육성’했습니다. 2022년 5월 대통령 취임식에 가세연 등 유튜브 채널 운영자 30여명을 초청한 것을 시작으로, 공공기관장에 유튜버 출신을 발탁하기도 했습니다. 몸집을 키운 유튜버들은 윤 전 대통령 파면 이후엔 서로를 “가짜 보수” “사이비·쓰레기 우파”라고 부르며 내전까지 벌이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미흡한 조치에 대한 지적도 있습니다. 민감한 콘텐츠, 잘못된 정보 등을 담은 콘텐츠는 삭제·제한할 수 있다는 자체 가이드라인이 있음에도 조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표현의 자유를 기치로 성장해온 유튜브는 오히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준을 완화합니다. 지난해 12월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비하·혐오 발언이나 가짜뉴스 등이 담긴 영상 삭제 기준을 완화한 것이 그 예입니다.

    해외에선 단호한 조치가 나오고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제정해 2023년부터 플랫폼에 불법·유해 콘텐츠에 대한 삭제·감시·감독 의무를 부과하고, 어길 경우 매출액의 최대 6%까지 과징금을 부과합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자국 디지털 기업을 규제하거나 과세하는 국가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경고를 날린 점은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이 대통령은 지난 6월 가짜뉴스로 돈을 버는 유튜버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관계부처에 지시했는데요. 앞서 국회에 발의된 사이버 명예훼손죄 개정안이나 민주당이 추진하는 ‘유튜브 채널에 언론중재법 적용’ 논의도 처벌 강화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권력 감시, 공익 보도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오고 있습니다. 이외에 플랫폼 책임 강화법, 혐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차별금지법 도입 등도 대안으로 제시됩니다.

    쯔양은 지난 4월 가세연 고소 관련 경찰에 출석하며 “다시 나를 괴롭힐까 봐 무서워서 싸우고 싶지도 않았지만 같은 피해자가 더 나오지 않도록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피해자가 홀로 용기를 내야 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두고만 봐야 할까요? 더 이상의 피해를 막고, 잘못한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책임 있는 주체들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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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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