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간 키아프(KIAF)와 프리즈(Frieze) 아트 페어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며 한국 미술 시장의 활기를 보여줬다. 하지원, 박기웅 등의 유명 배우들의 작품 완판 소식과 거액에 거래된 한국 작가들의 작품은 미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한때 미술 시장의 혁명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NFT(대체불가토큰)는 그 열기가 식어버렸고, 이제 많은 이들이 'NFT 실패'를 말하고 있다. 과연 블록체인 기술은 미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까?
블록체인이 가져올 3가지 기회
블록체인 기술은 미술 시장이 가진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위작 문제 해결과 투명한 소유권 증명: 미술 시장의 가장 큰 골칫거리 중 하나는 위작이다. 이우환 화백의 위작 사태처럼 위조된 작품으로 인해 시장의 신뢰가 크게 훼손된 사례가 있다. 블록체인은 작품의 출처(Provenance)와 소유권 이력을 투명하게 기록하여, 위조 작품의 유통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마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복제본이 널리 퍼져도 원본의 고유한 소유권은 블록체인에 영구적으로 기록되는 것처럼 말이다. 작가가 블록체인에 기록하지 않은 작품에 대해서는 위작의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다.
새로운 투자 모델: STO와 부분 소유권: NFT는 단순한 디지털 이미지 소유를 넘어 실물 자산의 부분 소유권을 증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고가의 미술품을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 판매하는 STO(증권형 토큰) 모델이 바로 그 예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액 투자자도 데이비드 호크니 같은 거장의 작품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실제 테사(TESSA) 같은 플랫폼은 이러한 방식으로 18%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실물 자산을 기반으로 한 투명하고 안정적인 거래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다만, 그림을 수집하는 수집가들의 입장에서 미술을 투자한다는 관점이 일치하지 않는 심리적 불일치가 있다.
창작자의 권리와 수익 증진: 기존 미술 시장에서 작가는 작품 판매액의 최대 50%를 갤러리 수수료로 지불 해야 했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은 수수료를 2.5% 수준으로 낮춰 작가에게 더 많은 수익이 돌아가게 할 수 있다. 또한, 작품이 재판매될 때마다 작가에게 수익의 일부가 자동으로 지급되는 재판매 로열티 시스템을 내장할 수 있어, 창작자가 지속적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극복해야 할 한계와 도전 과제
블록체인 기술이 가진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미술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한계를 넘어서야 합한다.
예술적 가치에 대한 논란: NFT는 '디지털 영수증'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디지털 작품은 무한 복제가 가능하여 원본의 희소성과 예술적 가치에 대한 논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이로 인해 NFT는 종종 예술적 감상보다는 단순한 과시적 소비나 투기의 수단으로 전락한 예가 있다.
기술적·법적 장벽: 저작권 침해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타인의 작품을 무단으로 민팅(Minting)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이를 사후적으로만 대응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또한, NFT에 대한 과세 및 규제 프레임워크가 불명확하여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전통적인 컬렉터 문화와의 괴리: 기존 컬렉터들은 작품의 물리적 소유감과 직접 감상하는 경험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NFT의 디지털 특성은 이러한 전통적인 수집 문화와 충돌하여 거부감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NFT를 발행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를 소비하는 환경 문제와 투기적 거품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미래를 위한 대안과 전망
미술계가 성공적인 블록체인 도입을 위해서는 기술의 본질을 재정의하고 인간의감성과 융합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NFT의 역할 재정의: '거래 인증 도구'로서의 진화: NFT를 작품 그 자체로 보지 않고, 실물 작품의 진위와 유통 과정을 기록하는 '거래 인증 도구'로 활용해야 한다. 박서보 작가의 작품에 NFT 인증서를 결합한 사례처럼, 실물 작품과 디지털 인증서를 연동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확산되어야 할 것이다.
STO를 통한 유동성 증대: 미술품을 증권형 토큰으로 발행하여 소액 투자를 활성화하고, 투명한 거래를 보장해야 한다. 이는 팬데믹 시기 미술 시장의 투기적 과열을 방지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도하는 한 방편이 될 수 있다.
글로벌 협력과 제도적 보완: 미술관, 갤러리, 플랫폼이 연계하여 블록체인 인증 표준을 마련하고, 정부 차원에서는 블록체인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혁신 모델을 지원해야 한다. 더불어 저작권 보호 기술과 스마트폰과 연계를 통해 새로운 예술 형식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맺으며, 신뢰를 바탕으로 한 미술 시장의 새로운 도약
블록체인 기술은 단순히 미술 시장의 유행이 아닌,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컬렉터 문화와 조화를 이루며 제도적 기반을 다진다면, 블록체인은 미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더 넓은 대중에게 예술의 문을 열어줄 수 있을 것이다. 9월 3일 개막하는 키아프 프리즈의 화려한 무대 뒤에서, 이제 우리는 블록체인을 통해 한국 미술계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해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김호광 대표는 블록체인 시장에 2017년부터 참여했다. 나이키 'Run the city'의 보안을 담당했으며, 현재 여러 모바일게임과 게임 포털에서 보안과 레거시 시스템에 대한 클라우드 전환에 대한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사회적 해킹과 머신러닝, 클라우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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