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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與는 잔칫집, 野는 상갓집 … 정기국회 첫날부터 황당한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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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한복을 입은 여당 의원과 검정 양복,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의 상복 차림을 한 야당 의원들이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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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정기국회 개회식장이 전례 없는 '드레스코드 전쟁'으로 얼룩졌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형형색색의 한복을 차려입은 채 본회의장에 들어섰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상복을 연상케 하는 검은 정장 차림으로 맞섰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백혜련 민주당 의원 제안을 받아 개회식 때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높이기 위해 여야 의원들에게 한복을 입자고 요청했다. 이에 화답해 여당 의원과 조국혁신당·개혁신당 의원들은 각자 개성에 맞게 한복을 차려입고 등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검은 양복에 넥타이를 매고, 근조 리본을 단 차림으로 참석했다. 의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 정권과 민주당의 독재에 맞서겠다는 목적에서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정기국회 100일간의 일정을 시작한 첫날부터 협치 대신 정면충돌을 예고한 모습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단체 촬영을 하며 잔칫날 같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전용기·위성곤·모경종 의원 등은 한복 차림에 갓까지 쓰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전 의원은 동료 의원들에게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속 캐릭터를 연상시킨다는 농담을 듣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지도부인 정청래 대표, 김병기 원내대표,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한복 대신 정장을 선택하며 다소 절제된 모습을 보였다. 개혁신당 의원들도 합류했다. 이준석 대표는 감색 저고리에 분홍빛 바지를 맞춰 입고 카이스트 마스코트 '넙죽이' 캐릭터가 그려진 접이식 부채를 든 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천하람 원내대표와 이주영 의원도 한복 차림으로 동행했다.

    매일경제

    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이 1일 정기국회 개회식에서 같은 당 강선우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입장했다. 장동혁 대표와 송언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은 "여당의 입법 폭주에 항의한다"며 상복 차림을 택했다. 송 원내대표는 "2019년 패스트트랙으로 시작된 민주당의 입법 독주가 다수당 독재로 이어졌다"며 "오늘 상복 차림은 의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독재 정치에 맞서겠다는 결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성훈 수석대변인도 "숫자를 앞세운 다수의 폭거 앞에 대화와 타협이 죽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복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민의힘에 상사(喪事)가 발생한 줄 몰랐다. 부고를 내주시면 조문하고 슬픔을 함께 나누겠다"며 "차라리 요즘 유행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나오는 저승사자 복장을 했으면 오히려 위트도 있고 국민께 웃음도 선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은 이번 정기 국회에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박수민 원내대표 비서실장은 "노란봉투법·상법개정안의 일방 처리, 인권위원 선출 논란, 특검법 연장 등 상황에서 웃거나 즐길 분위기가 아니다"며 "민주당과 상황 인식이 극명하게 다르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 의장이 개회사에서 "한미 관세협상이 일단락됐다"고 언급하자 국민의힘 의원석에서는 반발하며 소란이 일었고, 개헌특별위원회 구성 협조 요청에는 민주당 의원들만 박수를 보내는 등 여야 간 갈등이 드러났다.

    국민의힘 지도부 변화도 관심사다. 전당대회에서 강성 보수 지지층의 힘을 업고 당선된 장 대표는 첫 인선에서 계파색이 옅은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에, 정희용 의원을 사무총장에 지명하며 당내 안정을 꾀했다. 장 대표는 "전당대회 기간에 말씀드린 다른 약속도 반드시 지켜나갈 것"이라면서도 "중도에 있는 분들이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보수 정당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극우에 매몰되지 않겠다는 신호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대체로 환영한다는 반응이다. 한 재선 의원은 "전당대회 때는 발언을 보고 사실 걱정하기도 했다"면서 "막상 당대표가 되고 보니 우려했던 정도는 아니고, 정책위의장 인선도 매우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변에서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홍혜진 기자 / 최희석 기자 / 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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