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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4 (수)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가자에 군사정부 세울 거냐”…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네타냐후에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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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지난달 31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시위대가 “제노사이드”(집단학살)이라고 쓰인 현수막과 피 묻은 손을 들고 히틀러의 콧수염을 붙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모형을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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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가자시티 점령 계획이 “군사정부로 이어질 것”이라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내각회의에서 경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1일(현지시각)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뉴스와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은 이날 이스라엘 내각 회의에서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네타냐후 총리 등 내각에 “당신들은 군사 정부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자미르 총장은 이어 “가자 시티를 점령하겠다는 당신의 결정은 군사 정부로 이어질 것”이라며 “왜냐하면 주민들에 대한 책임을 질 어떤 다른 주체도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미르 총장의 발언은 이스라엘 정부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무장정파 하마스의 팔레스타인 통치를 용납하지 않기에, 점령 이후 이스라엘군이 직접 가자 시티를 통치하는 문제를 떠안아야 한단 의미다.



    자미르 총장은 이날 회의 의제가 아니었던 휴전 협정을 언급하며 휴전을 맺으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자미르 총장은 내각에 “틀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우리는 그걸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채널12방송은 보도했다.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과 길라 감리엘 정보장관이 자미르에 동조하며, 휴전으로 연이은 서방 국가들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물결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실제로 2일 벨기에도 프랑스, 오스트레일리아, 영국, 캐나다에 이어 이달 열리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시티 점령 계획이나 휴전안 수용 불가 방침을 바꾸지 않았다.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는 반드시 파괴되어야 한다”며 “부분적인 휴전 협정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휴전이 끝난 이후 6개월간 점령한 지역에서 철수하고 나면 다시 점령지를 되찾는데 6개월이 또 걸릴 거라며, 휴전이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극우 성향의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한 발 더 나가 오히려 휴전 협정안을 내각회의에 상정해서 공식적으로 부결시키자고도 제안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수개월 전에는 인질의 일부만 돌려받는 단계적 휴전 협정안을 수용했지만, 하마스도 이를 받아들이자 다시 말을 뒤집고 인질이 전부 돌아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카타르와 이집트는 억류 중인 생존 인질 약 20명 중 10명만 석방하고 60일간 휴전을 하면서, 그 기간 종전 협상이 마무리되면 나머지를 돌려보내는 중재안을 내놓은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분적 합의는 제쳐놓고 전력을 다해 일을 마무리하라”고 말했다며 휴전안에 반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텔아비브에서 전날 저녁 열린 이 회의는 이날 새벽 1시45분께까지 6시간 동안 격론 속에 진행됐다고 이스라엘 매체들은 전했다. 극우 성향 오리트 스트룩 정착국가임무장관은 “두려워서 마음이 허약한 자가 있느냐 그는 집으로 돌아갈지니 그의 형제들의 마음도 그의 마음과 같이 낙심될까 하노라”(신명기 20장 8절)라는 성서 구절을 인용하며 휴전을 주장하는 자미르 총장을 조롱하기도 했다고 칸 공영방송은 보도했다.



    이에 자미르 총장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맹목적인 복종을 바란다면 다른 사람을 데려와 쓰라”라고 쏘아붙였다. 이에 네타냐후 총리는 “나는 맹목적인 복종을 바라지 않지만, 선을 넘는 사람도 원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스트룩 장관은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자신의 엑스에 “군인들의 사기를 저하하는 위험을 경고하고자 했을 뿐, 회의 참석자 중 누구에게라도 비겁하다고 말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비공개 회의 내용이 언론에 유출된 것에 대해 단결과 투쟁 의지를 저해한다며 자미르 총장을 질책했다고 채널12방송은 보도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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