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태현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회장이 지난 8월12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수급추계위원회 첫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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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7학년도 의대 정원을 정하기 위해 만들어진 의사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애초 목표로 삼은 기한 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극심한 의-정 갈등을 불렀던 의대 정원 논의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으나, 의료계 눈치를 보며 시간만 끌어선 안 된다.
지난 7월 발족한 추계위는 보건복지부 장관 소속이지만 각계 추천으로 구성된 독립적 심의기구다. 전임 윤석열 정부의 일방통행식 의대 증원 추진을 반면교사로 삼아 만들어졌다. 장기간 3058명을 유지해온 의대 입학정원은 2025학년도에 한시적으로 4567명으로 늘었다가 현재 신입생 모집 중인 2026학년도에 다시 원래대로 돌아갔다. 늦어도 내년 4월에는 각 의대가 2027학년도 신입생 모집 인원을 확정해야 하는데, 지난 22일 열린 마지막 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이다.
추계위는 아직 적정 의사 인력 산출을 위해 적용할 변수조차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의사의 생산성 향상을 반영하면 필요한 의사 수는 그만큼 줄어든다. 반면 의사의 근무일수를 적정한 수준으로 줄이면 더 많은 인력을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추계위가 제출한 시나리오를 보면, 2040년에 부족한 의사 수가 각 변수에 따라 최소 9536명에서 최대 3만6093명으로 차이가 크다.
오는 30일 추계위는 한차례 더 회의를 열기로 했다. 하지만 우려스러운 것은 의료계의 태도다. 추계위 위원 15명 중 8명이 의료공급자 단체에서 추천한 인사다. 그런데도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18일 “사회적 합의에 기반한 과학적 추계를 수행하기보다 충분한 논의 없이 결론 도출을 서두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계위가 꾸려졌는데도 또다시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비판만 하고 있는 것이다. 한술 더 떠 의대 학부모 단체는 추계위 논의에 대한 감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앞서 온 국민이 의료공백 사태를 감내해왔던 것은 필수·지역 의료 강화를 위해 적정 수준의 의사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앞으로 의료 수요는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의료계 추천 인사 다수가 참여하는 추계위 논의마저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논의가 길어질수록 입시 일정에 차질을 빚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적 혼선도 커진다. 추계위는 국민이 납득할 만한 논의 결과를 조속히 제시하기 바란다. 의료계도 이런 논의 과정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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