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일정으로 주중 북한대사관 방문
시진핑·푸틴 정상회담서 긴밀 관계 재확인
김, 방중 전 시진핑 '반서방 연대'에 힘 싣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열리는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2일 오후 베이징역에 도착해 전용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앞서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1일 전용열차로 평양에서 출발해 2일 새벽 북중 국경을 넘었다고 보도했다. 베이징=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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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2일 전격 방중했다. 전용 열차를 타고 24시간 동안 1,300여㎞를 달려서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은 건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이날 오후 4시쯤 북한 인공기를 단 전용열차 '태양호'가 베이징역에 도착하는 모습이 한국 취재진에 목격됐다. 9분 뒤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차량과 다수 의전 차량이 베이징역을 빠져나가 베이징 차오양구 북한대사관으로 향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전날 평양에서 출발한 김 위원장은 2일 새벽 북중 간 국경을 건넜다. 이날 오전 6시쯤 중국 선양에서 일본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된 후, 출발 24시간 만에 베이징에 도착했다.
주중국 북한대사관 방문으로 첫 일정을 시작한 김 위원장은 3일 톈안먼 성루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오르며 '북·중·러 삼각협력'을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역 일대 '진공 상태 수준' 통제
김 위원장 도착 전 베이징역 일대는 흡사 '진공 상태 수준'으로 한 치의 틈도 허용하지 않는 통제가 실시됐다. 이날 오전부터 베이징역 일대는 펜스로 막혀 시야가 통제됐다. VIP 통로와 연결된 1번 플랫폼과 인근 2, 3개 선로가 통째로 비워져 철도 운행을 하지 않았고, 승객들의 이동 통로는 모두 가림막으로 가려졌다. 김 위원장이 하차하는 1번 플랫폼 바로 옆인 2번 플랫폼에는 시선 차단을 위해 기차가 계속 정차돼 있었다. 오후 2시 15분, 김 위원장 의전을 위한 차량이 VIP 통로로 진입했고 오후 3시부터는 인공기를 든 의전단이 플랫폼에 기다랗게 줄을 섰다.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기 전 베이징역사 안에 다른 플랫폼의 열차를 볼 수 없게 차단막이 설치돼 있다. 베이징=이혜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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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역 밖 상황도 긴박하게 돌아가긴 마찬가지였다. 주중 북한대사관과 각국 정상 등 최고위급 인사들이 묵는 숙소인 댜오위타이 인근에는 오후 2시부터 공안 병력이 대거 보강되는 모습이었다. 대사관 인근 식당 영업 중단을 요청하는 공안 당국의 모습도 목격됐다. 대사관 인근 한 호텔을 통제하면서 중국 경찰은 한국 취재진에 "오늘과 내일 당신들이 여기 있기 부적절한 행사가 있다"고 경고했다. 열 걸음마다 공안이 보행을 막아섰다. 베이징 외곽 시 경계 공터에도 공안 병력이 100m 상당 간격으로 배치됐을 정도로, 베이징은 그야말로 '철통 보안' 상태였다.
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차 중국 베이징에 도착하기 직전 베이징역사 내 플랫폼에 가림막 용도의 열차가 정차돼 있다. 베이징=이혜미 특파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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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푸틴 등과 양자 회담 가질 듯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다른 정상들과 양자 회담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중국에서 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며 "김 위원장이 도착하면 회담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 밝혔다. 김 위원장은 3일 오전 톈안먼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을 제외하고 공식 일정이 공개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도착하기 전 중국과 러시아는 정상회담을 가지며 긴밀한 관계를 재확인했다. 중국 신화통신과 러시아 타스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러 정상회담에서 "중러 양국은 유엔·상하이협력기구(SCO) 등 다자 플랫폼에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SCO 회의 기간 주권 평등, 국제 법치, 다자주의 등을 바탕으로 하는 '글로벌 거버넌스 이니셔티브'를 발표, 미국 주도 시스템을 겨냥했다는 평이 나온다.
양국은 이날 에너지·항공 등 20여 건의 양자 협력 문건을 체결했다. 이들은 특히 러시아에서 몽골을 지나 중국으로 가는 가스관을 건설하기로 법적 구속력 있는 합의를 체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시 주석은 또 푸틴 대통령을 '라오펑유(오랜 친구)'라 부르는 등 환대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일 베이징의 옛 황실 정원인 중난하이에서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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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중 전... 시진핑 협력하고 미사일 능력 과시하고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 기간 '반서방 연대'의 구심점 노릇을 자처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힘을 실으면서 '북·중·러 삼각협력'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북한은 외무성 홈페이지에 박명호 외무성 부상 명의로 '국제적 정의와 공평을 수호하기 위한 조중(북중) 두 나라 사이의 협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라는 글을 올리고 시 주석이 전날 SCO 정상회의에서 공정한 세계 거버넌스를 촉구한 발언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또 "북중 간의 협력이 그러한 가치를 추구하도록 확대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방중 직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연구소를 시찰한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새로 조업하는 중요 군수기업소 미사일 종합생산공정을 돌아보면서 종합적인 국가미사일 생산능력 조성실태와 전망에 대해 요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차세대 ICBM '화성-20형'에 이용될 계획이라 밝혔는데, 방중을 앞두고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능력을 부각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베이징= 이혜미 특파원 herstory@hankookilbo.com
손성원 기자 sohns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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