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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세계 속의 북한

    전승절 뭐길래…김정은이 중국 간 목적은?[점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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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현지시간 오후 4시 중국 수도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딸 주애(붉은 원),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 최선희 외무상 등이 동행했다.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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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수도 베이징을 찾았습니다. 오늘(3일) 열리는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는 지난 1일 오후 전용열차를 타고 평양에서 출발해 어제(2일) 오후 중국에 도착했는데요. 중국 전승절은 무엇이고, 김 위원장의 전승절 참석은 한반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건지 점선면이 쉽게 정리해드릴게요.

    점(사실들): 전승절이 뭐길래


    경향신문

    2019년 10월1일 신중국 건국 70주년 기념일을 맞아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에 최신형 ICBM인 둥펑-41이 등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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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은 1945년 9월3일을 제2차 세계대전에서 승리한 날로 기념해 전승절로 지정했는데요. 1945년 9월2일 일본 정부가 중국을 포함한 동맹국에게 무조건 항복한다는 문서에 서명했는데, 그 다음 날을 항일전쟁승리기념일로 지정한 겁니다. 정식 명칭은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전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일’입니다. 인민 항일전쟁은 중·일전쟁, 전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은 제2차 세계대전을 뜻합니다.

    특히 올해는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천안문(텐안먼) 광장 앞에서 ‘열병식’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무기 퍼레이드가 열리는데요. 이번 열병식에선 총 45개 부대가 최첨단 무기들을 70분 동안 선보일 예정이라고 합니다. 앞서 시진핑 주석은 전승절 70주년이었던 2015년에도 대규모 열병식을 연 적이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전승절에 초청받은 각국 지도자들과 함께 천안문 망루에서 열병식을 관람할 예정인데요. 북한, 베트남, 쿠바,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몽골, 짐바브웨, 세르비아 등 중국의 전통적 우방국 정상들이 주로 참석합니다. 전승절의 핵심 행사인 열병식이 미국에 대한 군사적 능력을 과시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기에 통상 서방 국가 정상들은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유주의 진영 국가 지도자 중에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이례적으로 참석하는 때도 있습니다. 2015년 전승절 70주년 행사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자유주의 진영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참석한 적이 있는데요. 미·중 사이에서 성공적인 균형 외교를 했다는 긍정 평가와 한미동맹을 흔들었다는 부정 평가가 공존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초청을 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참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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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전 대통령(가운데)이 2015년 9월3일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된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전 70주년(전승절)’ 행사에 참석해 의자에 앉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뒤쪽),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오른쪽), 누르술탄 나자르바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왼쪽)과 함께 열병식을 보고 있다. 베이징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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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맥락들): 김정은, 중국 간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의 자리 배치도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국가의 위상을 보여주기 때문인데요. 2015년 전승절 70주년 행사 때 천안문 성루에서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순으로 앉아 열병식을 관람해 화제가 됐었죠. 박 전 대통령은 단체 기념사진 촬영, 오찬 리셉션 등에서도 항상 시 주석 옆자리나 매우 가까운 자리에 배치되면서 특별예우를 받았습니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시진핑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쪽으로는 푸틴 대통령, 왼쪽으론 김정은 위원장이 착석할 것이라고 러시아 측이 지난달 30일 밝힌 바 있어요. 북한, 중국, 러시아 지도자가 천안문 성루에 함께 서는 것은 1959년 중국 건국 10주년 열병식 이후 66년 만이라고 합니다. 당시 사진을 보면 마오쩌둥 주석을 중심으로 오른쪽 옆에 호찌민 초대 베트남 국가주석, 저우언라이 당시 중국 국무원 총리, 김일성 주석 순이었습니다. 마오 주석 왼쪽 옆으론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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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4년 10월1일 열병식을 함께 지켜보는 김일성 전 북한 주석(오른쪽 둘째)과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오른쪽). 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나란히 서게 된다는 것은 북·중 관계가 다시 회복된다는 걸 의미한다고 볼 수 있어요.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한 것은 2019년 1월 이후 6년8개월 만인데요. ‘혈맹’이라고 강조해오던 북·중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다소 소원해졌습니다.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는 등 북·러 밀착이 가속화되는 것을 중국이 불편해했기 때문인데요. 경제 성장이 우선인 중국이 유럽 시장을 고려해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호적으로 지낼 수 없다는 해석이 있어요.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 대화할 때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과 다시 밀월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방중을 결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만나려는 의지를 계속 밝히고 있거든요.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한도 대미 협상을 두고 사전정지 작업을 시작했다는 신호로 미국에 비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국도 향후 북·미 대화가 개시됐을 때 자신이 패싱되거나 북한이 미국 쪽으로 기우는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북한과 관계를 관리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와요.

    북·중·러 정상이 별도 정상회담을 가질지 여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어요. 북·중·러 정상이 탈냉전 이후에 한자리에 모이는 건 처음이거든요. 만약 3국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한·미·일’ 대 ‘북·중·러’의 신냉전 구도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 정세가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요.

    면(관점들): 북한과 대화해야 하는 이유


    북·중·러 밀착으로 한반도 안보 지형이 흔들리는 지금,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경향신문 사설은 군사적 긴장도가 높아질수록 긴 호흡으로 북한과 신뢰를 쌓고 대화의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북한이 이번 방중으로 ‘몸값 올리기’에 성공해 미국, 중국, 러시아에 대한 협상력을 한층 키울수록 한국의 외교 공간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 통일부 장관을 지냈던 이종석 국정원장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자신을 죽이려 무장게릴라를 청와대에 파견했던 북한 지도부와도 남북대화를 추진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 사례를 예로 듭니다. 이 전 장관은 “그는 강경한 반공주의자였으며 통일에 대한 신념도 희박했지만 1970년대 초반 미·중 데탕트(긴장완화) 국제정세에 대처해 남북대화를 추진하였다”고 말합니다.

    김성진 당시 청와대 공보수석도 “박 전 대통령은 북한의 군사력이 심각한 위협으로 다가오는 상황에서 남북대화가 유용한 전략이 되리라고 판단했다”고 증언했는데요. “적어도 한쪽 손이라도 서로 붙잡고 있으면 적이 공격해올 것인지 아닌지 그 여부를 알 수 있다”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말은 우리가 왜 북한과 대화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잘 보여주는 듯 합니다.

    경향신문

    3일 열리는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을 앞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31일 군수공장을 찾아 미사일 종합생산공정을 돌아보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종합적인 미사일 생산능력 실태와 전망에 대해 파악했다고 1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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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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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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