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전쟁 종결 뒤 대러시아 관계 약화 대비
북한 시장 물가 안정과 무역 적자 해소 기대
향후 북·미회담에서 북한의 우군 역할 예상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위해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양자회담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5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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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6년 만에 양국 관계를 복원해 양국의 협력 확대에 기틀을 놓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향후 북·미 대화에서 중국을 우군으로 얻은 효과도 거둔 것으로 해석된다.
5일 북·중 관영매체에 따르면, 양국 정상은 전날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회담에서 “공동 이익을 수호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중국 압박을 강화하는 미국을 고려해 북한을 지정학적인 완충국으로 두려는 중국의 필요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이후 러시아와 관계가 약화할 것을 대비하는 북한의 필요가 합치된 결과로 풀이된다.
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2019년 수준으로 양국 관계를 복원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집권한 김 위원장 체제에서 양국 관계는 소원해졌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2013년 대표적인 ‘중국통’ 장성택을 숙청했고, 그해부터 2017년까지 3~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대북 제재에 찬성표를 던졌다.
2018~2019년 북·미 정상회담을 전후로 양국 정상은 5차례 만났으나 이후 이렇다 할 협력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2022년 러·우 전쟁 발발을 계기로 북한이 러시아에 기울면서 양국 관계는 더 멀어졌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미·중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에 전략적 완충 지역인 북한의 필요성이 높아졌다”며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따라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을 중국 쪽으로 당긴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물가 안정과 무역적자 해소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회담에서 시 주석은 “각급 교류를 더욱 긴밀히 하겠다”고 했고, 김 위원장은 “경제 및 무역 협력”을 거론했다. 김 위원장은 “대만과 시짱(티베트), 신장 등 중국 핵심 이익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지지한다”고도 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국의 지정학적 입장을 지지하는 대가로 경제적 지원을 기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물가 안정의 측면에서도 중국의 태도는 중요하다. 중국이 북한의 대중국 밀수를 관대하게 대하는 것만으로도 북한의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장마당(시장)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공산품은 중국에서 밀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부소장은 “지난해 상반기 북한 시장에서 ㎏당 5000원대였던 쌀 가격이 올해 1만3000원대로 올랐다”며 “물가 안정을 위한 중국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북한은 중국에 파견되는 북한 노동자 수를 확대하고, 중국인의 북한 관광 재개를 요청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단, 경제협력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확대될지는 지켜봐야 한다. 북한과 무역 확대를 위해선 중국이 현실적으로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야 하는데, 중국이 선뜻 이에 나서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코트라(KOTRA)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중국은 북한의 무역 98.3%를 차지한다. 대중국 수입액은 24억3000만 달러(약 3조3700억원)인데 반해 수입액은 2억9000만 달러(약 4030억원)로 북한은 큰 무역적자를 보고 있다.
북한은 향후 북·미회담에서 중국을 일정 부분 우군으로 얻는 효과도 거뒀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는 언급되지 않았는데, 이는 ‘핵보유는 헌법적 권리’라고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2023년부터 한반도 비핵화 표현을 피해온 경향이 있다. 시 주석의 “국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중·조 전통적 우호 관계를 중시하는 중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도 여기에 힘을 싣는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석좌교수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 3원칙(평화와 안정·비핵화·대화 협상을 통한 자주적 해결) 중 ‘비핵화’를 보류하는 인상을 줬다”며 “북·미 회담에 대비해 중국이 북한의 정치적 후견 역할을 재구축한 것”이라고 말했다.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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