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0 (수)

    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김어준은 충정로 대통령”… 민주당 위에 ‘유튜버 권력’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김어준 중독’에 빠진 여당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권 내 김어준씨 등 친여 성향 유튜버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저서 ‘정치 무당 김어준’에서 정치 유튜브의 권력화를 지적하면서 “민주당은 지독한 김어준 중독 현상을 보인다”고 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이 현상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강 교수는 최근 지역 언론 기고에서 민주당 정치인들이 김씨 유튜브에 출연하기 위해 안달하는 행태를 비판하면서 “왜 그들은 김어준 앞에만 서면 작아지고 그와 그를 따르는 강성 지지자들의 눈에 들기 위해 과격해지려고 애를 쓰는가”라고 썼다. 일부 정치인이 공천 등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적 제재를 벗어나 있는 유튜브에서 음모론 등 ‘더 센 발언’을 여과 없이 뱉어내고 있다는 말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선 여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강 교수가 언급한 민주당의 ‘김어준 중독 현상’은 김씨 유튜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간경향에 따르면 민주당 의원 166명 중 지난 1년간 김씨 유튜브에 출연하지 않은 의원은 65명에 불과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 출연 횟수는 663회다. 매일 한두 명의 의원이 김씨 유튜브에 나간 셈이다. 여권 관계자는 “김씨 쪽에서 출연 요청을 하지 않으면 못 나가는 것”이라며 “상대하기 어려운 중진이거나 자기와 생각이 다른 온건, 합리파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이 김씨 유튜브에 나가려고 기를 쓰는 건 김씨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하기 때문이다. 여권에선 김씨와 친한 것도 하나의 권력으로 통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작년 12월 계엄 당시 국회로 가는 차 안에서 김씨와 또 다른 친여 성향 유튜버 이동형씨에게 가장 먼저 전화를 했다고 밝혔다. “국민에게 빨리 알릴 목적이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때 언론과 인터뷰하지 않고 김씨와 매불쇼 등 유튜브에만 나갔다. 대통령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인사는 “라이브 방송 동시 접속자가 수십만 명”이라며 “우리 지지층 안에선 막강한 파워”라고 했다.

    이렇다 보니 민주당에선 김씨 유튜브에 출연만 하면 공천은 따 놓은 당상이라는 말이 나돈다. 김씨 유튜브에 출연한 적 없는 민주당 곽상언 의원도 최근 페이스북에 김씨 유튜브를 언급하면서 “‘우리 방송은 국회의원을 여러 명을 배출한 힘 있는 방송이야’ ‘우리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야’, 어디인지 그 출처가 분명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이런 종류의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다”고 했다.

    실제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김씨 유튜브 출연진 일부가 민주당 공천을 받았다. 고정 출연자 안귀령씨가 연고도 없는 민주당 텃밭 서울 도봉구에 공천받은 게 대표적이다. 안씨는 낙선 후 현재 대통령실 부대변인이다. 당시 김씨 유튜브에 자주 출연한 친명 현역 의원 상당수도 공천을 받았다. 비명으로 찍혀 공천을 못 받은 민주당 의원은 “그때 김어준한테 좀 잘 보였다면 공천을 받았을까”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여론조사 업체 ’꽃’까지 설립해 자기가 원하는 인사를 넣고 지지율까지 체크했다. 정치권에서 “우리나라에 용산 이재명 대통령 말고도 ‘여의도 대통령 정청래’ ‘충정로 대통령 김어준’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이유다.

    여권 유력 정치인들은 김씨 유튜브에 출연하는 걸 통과의례처럼 여기고 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근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김씨 유튜브에 출연했고 김씨가 주최한 대규모 행사에도 갔다. 이 행사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참석해 김씨와 ‘형’ ‘아우’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이 행사에 가지 않은 박찬대 의원은 “명심은 나에게 있다”고 주장했지만 큰 격차로 정 대표에게 졌다. 정 대표는 당대표 취임 후 김씨 유튜브에 가장 먼저 출연해 신고식을 했다. 장관, 대통령실 비서실장, 대변인 등 이재명 정부 사람들도 대거 김씨 유튜브에 출연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여권에선 김씨 유튜브가 정부나 정당 기능을 도맡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들은 “유튜브가 특정 정치 집단과 일종의 ‘공생 관계’가 형성됐다”며 “유튜버는 정치인을 팔아서 돈을 벌고, 정치인들은 팬덤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니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실제 민주당 의원들은 김씨 등 유튜브에 나가 후원금 계좌를 공개하고 “도와달라”고 읍소한다. 김어준 모델은 정치 유튜버들에겐 교과서와 같다. ‘매불쇼’ ‘이동형TV’ 등이 김씨와 비슷한 방식으로 세를 키웠다.

    민주당이 허위 보도를 하는 언론사에 거액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언론 중재법’ 개정안에서 유튜브를 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과 국회까지 김씨 유튜브를 언론으로 규정하고 출입기자단에 넣어 놓고, 최근 민주당은 유튜브는 따로 정보통신망법을 만들어 똑같이 규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언론중재법보다는 완화된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야권 관계자는 “음모론이 판치는 유튜브의 폐해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 민주당이 김씨 등 친여 성향 유튜브 눈치를 보고 이러는 것 아니냐”고 했다.

    [반론보도] “김어준은 충정로 대통령”...민주당 위에 ‘유튜브 권력’ 관련

    본 신문은 위 제목의 기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친여 성향 유튜버의 영향력에 휘둘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유튜브 채널을 ‘언론중재법’의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특정 유튜버와 무관하다’고 밝혀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김정환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