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호선 HD현대중공업 노조 지부장이 10일 울산 조선소 내 40m 높이 크레인에 올라 농성을 벌이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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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는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이 전면 파업에 들어가고, 조선 내 핵심 설비에서 고공 농성을 벌이면서 조업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올해 들어 11차례 부분 파업은 있었지만, 전면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11일 “회사 측이 전향적인 협상안을 제시할 때까지 전면 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은 오전 8시부터 작업을 중단했다. 사측은 전체 조합원 6,500여 명 중 400여 명이 파업에 참여한 것으로 추산한다.
백호선 노조 지부장은 이틀째 조선소 내 40m 높이 턴오버 크레인(선박 구조물을 뒤집는 크레인)에 올라 고공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백 지부장은 “조합원의 2025년 임금 요구안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고 기업의 지불 능력에 비교해서 과하거나 유별나지도 않다”며 “요구안을 수락할 때까지 지치지 않고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13일 오후 3시 HD현대 계열사 노조와 함께 대규모 집회도 열 계획이다.
이에 따라 전체 조업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고공 농성으로 정상 가동이 불가능해진 턴오버 크레인은 조선소 내 핵심 설비다. 공정 간 연결성이 중요한 업종 특성상 장기 점거 시 생산 일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파업 장기화는 회사와 구성원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뿐”이라며 “노사가 대화를 통해 합리적 해결책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사는 5월 20일 상견례 이후 23차례 교섭에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양측 모두 호황기에 걸맞은 임금 인상에는 동의하지만, 인상 방식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는 각종 수당의 기준이 되는 기본급을 중심으로 인상을 요구하는 반면 사측은 수주 상황과 글로벌 경제 요인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격려금(일시금)을 늘리려 한다.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 합병 이후 예상되는 직무 전환 배치 문제, 싱가포르 법인 설립 이후 전망되는 이익 배분 문제 등도 쟁점이다.
울산= 박은경 기자 chang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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