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남원의 ‘최척’과 ‘옥영’은 사랑에 빠져 혼인을 약속하지만, 혼례를 앞두고 임진왜란이 일어난다. 활을 잘 쏘고 말을 잘 타는 최척은 의병으로 뽑혀 차출되고, 결국 약속한 날에 혼인하지 못한다.
여러 우여곡절 끝에 전쟁이 끝난 뒤 둘은 재회해 아이를 낳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정유재란이 일어나며 최척은 중국에, 옥영은 일본을 떠돌게 된다. 이후 둘은 기적처럼 다시 만나지만 반란이 일어나 또 한 번 긴 이별을 겪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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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소소리’는 최척 일가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명·청교체기의 전란 속에서 뿔뿔이 흩어진 가족이 해후하기까지의 30년간의 여정을 그린 연극이다. 조선 중기 문인 조위한의 ‘최척전’을 원작으로 하며,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각색과 연출을 맡았다. 지난해 초연 당시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을 수상하는 등 주목받았다.
작품은 늙은 최척이 해설자로 등장해 자신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속도감 있게 이어지는 전개는 극중극을 활용해 30년이라는 긴 세월을 효과적으로 압축한다. 보여줘야 할 대목은 충분히 보여주고, 그렇지 않은 대목은 해설을 통해 가볍게 짚고 넘어간다.
이때 다양한 국악기로 이루어진 6인조 라이브 밴드는 늙은 최척의 해설을 뒷받침해 준다. 객석 앞에 자리 잡은 밴드는 배우와 긴밀히 호흡하며 마치 판소리의 고수처럼 맞장구치듯 반응해 공연의 맛을 살린다. 또 적재적소에 배경 음악과 효과음을 가미해 익살스럽고도 애절한 우리 음악의 특성을 살려 작품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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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퉁소소리’는 아날로그적인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이기도 하다. 스케일이 큰 공연을 감상할 때면 흔히 접하는 화려한 세트 전환이나 회전 무대와 같은 장치 없이, 마당놀이를 연상케 하는 미니멀한 무대 위 20여 명의 배우들이 바쁘게 뛰어다니며 수동으로 장면을 완성한다. 이는 지극히 한국적인 작품의 색을 더하며 오히려 장인정신을 느끼게 만드는 ‘퉁소소리’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작품은 원전인 ‘최척전’의 내용을 새로 각색하지 않았음에도 2025년 현재와도 관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부터 중국, 일본, 베트남까지 동아시아를 누비며 벌어지는 이야기 속 전란을 겪는 백성들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서로를 도우며 살아간다.
전쟁 속 헤어진 부부는 홀로 된 그들을 거두어준 왜인 장사꾼, 명나라 천총관, 그리고 낯선 언어의 이름을 함께 외쳐준 수많은 안남(베트남)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아 재회하고, 그 후에도 수많은 사람 덕에 숱한 위기를 넘긴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품은 사람을 살게 만드는 연대의 힘을 보여주며 인류애라는 단순하고도 묵직한 울림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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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고전임에도 뛰어나게 쓰이는 여성 캐릭터의 활용도 눈에 띈다. 옥영은 작품 속 모험을 굳세게 헤쳐 나가는 주인공이며, 그의 며느리 ‘홍도’ 역시 본인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끌어나가는 장본인이다. 고 연출 역시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로 ‘최척전’의 여성 캐릭터를 꼽은 만큼, 옥영과 홍도는 ‘퉁소소리’의 핵심으로 이야기의 중심을 잡는다.
4개국을 오가는 장대한 여정을 그렸지만 ‘퉁소소리’에는 사람 냄새가 묻어있다. 전쟁이 난무하는 고된 시대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은 민초의 해학을 살려 작품이 지나치게 무겁게 흘러가지 않게 한다. 함께 버티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기필코 희망은 있을 것이라 말해주는 작품은 관객들에게 감동과 응원을 보낸다.
한편 ‘퉁소소리’는 오는 28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된다.[저작권자ⓒ SWTV.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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