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다리소극장에서 보름달문고 100권 발간을 맞이해 북토크가 진행됐다. 왼쪽부터 유영진 아동문학평론가, 루리 작가, 은소홀 작가, 김지완 작가, 한윤섭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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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보름달문고’는 초등학교 고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문학동네의 창작동화 시리즈다. 온 나라가 월드컵 열기로 떠들썩하던 2002년 7월 ‘숨쉬는 책, 무익조’를 시작으로 지난 8월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까지 23년 동안 100권의 책을 차곡차곡 쌓아왔다. 지난 6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다리소극장에서 그동안의 여정을 짚어보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간간이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180여개의 좌석은 어린이 독자, 부모, 어린이문학 작가들과 평론가들, 여러 어린이출판사의 편집자들로 가득 차 보름달문고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1부는 보름달문고를 깊이 들여다보는 세미나로 꾸려졌다. 유영진 아동청소년문학 평론가는 100권의 도서를 하나하나 짚고, ‘강마을에 한번 와 볼라요?’ ‘거짓말 학교’ ‘순재와 키완’ ‘박하네 분짜’ 등 시기별로 주목할 만한 도서들을 톺아보았다.
송수연 평론가는 “동화의 틀을 깨고 경계를 지웠다”는 점을 보름달문고의 특징으로 꼽았다. 대문자의 역사를 탈피한 역사 동화 ‘책과 노니는 집’, 모던 그 자체인 ‘돌 씹어 먹는 아이’, 어린이의 손에서 어른들이 빼앗아 가고 싶어 하는 ‘해리엇’ ‘긴긴밤’ 등을 거론하며, 독자의 경계를 허물고 견고한 벽에 구멍을 내는 일이 얼마나 필요한지 거듭 강조했다. 이어 김지은 평론가는 보름달문고 속 인물들을 하나씩 호명하며 이제는 독자의 친구로 자리 잡은 책 속 어린이들을 불러냈다. 김은정 교사(인수초)는 학교 교실에서 ‘우주의 속삭임’ ‘리보와 앤’ 등을 어린이들과 함께 읽은 생생하고 귀한 경험을 나누어주었다.
입과손스튜디오의 ‘긴긴밤’ 판소리 하이라이트로 청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문을 연 2부는 보름달문고의 주요 작가들의 북토크로 구성되었다. 100번째 책인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의 김지완, 60만부 이상 판매된 ‘긴긴밤’의 루리, 스포츠 동화의 기준점을 바꾼 ‘5번 레인’의 은소홀, 학교에서 누구보다 많이 찾는 ‘해리엇’의 한윤섭 작가가 함께해, 서로의 작품과 창작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북토크의 마지막 순간에는 청중 가운데 어린이 독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한때 어린이였던 어른 독자들의 힘찬 박수를 받았다. 지난 23년 동안 문학동네가 창작동화를 이어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은 어린이 독자에 대한 믿음이었다. 좋은 책을 내면 눈 밝은 어린이들이 알아봐 줄 거라는 믿음. 어린이문학이 사회적 공기(사회 구성원이 함께 쓰는 그릇)라는 신념으로 문학동네어린이는 어린이들과 오래도록 함께할 것이라는 다짐과 함께 북토크의 막을 내렸다. 밖에는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었고, ‘컵라면은 절대로 불어선 안 돼’의 한 문장을 떠올렸다. “…어린이가 지나간 잘못으로 영원히 후회하지 않도록 제가 조금 나눠 드는 것이지요. 그뿐입니다. 자, 이제 비가 그쳤으니 저는 가 봐야겠군요.”
글·사진 강지영 문학동네어린이 편집부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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