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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삶만 챙기고 죽음은 비운…반쪽짜리 통합돌봄 [왜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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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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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균 |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교수·권역별호스피스센터장



    한국 사회는 이미 ‘다사(多死) 사회’로 접어들었다. 출생보다 사망이 많은 시대, 정책은 삶뿐 아니라 마지막까지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 중인 ‘돌봄통합지원법’ 논의에는 삶의 마지막 국면, 특히 생애말기·임종기가 빠져 있다. 이는 제도의 근본 목표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이다.



    생애말기와 임종기는 시민의 의료·요양 요구가 정점에 이르는 시기다. 바로 이 시기에 통합돌봄 정책이 작동할 때, 국민은 제도의 효과를 가장 분명하게 체감할 수 있다. 즉, 통합돌봄의 정책적 효능감이 가장 크게 나타나는 핵심 대상군이 말기 환자와 가족이라는 뜻이다. 이들의 경험이 제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형성하고, 정책이 일상 속에 안착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회복 중심의 돌봄은 강조되지만, 회복이 불가능한 시민을 위한 지원 체계는 여전히 주변부에 머물러 있다. 그 결과, 많은 이들이 원치 않는 병원 중심 임종을 경험한다. 중환자실이나 낯선 요양병원에서 가족과의 마지막 인사조차 어려운 삶의 마감은 정책의 부재가 만든 구조적 결과다.



    이 문제는 감성의 영역만이 아니다. 중장기적으로 보건·복지 재정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도 생애말기 돌봄을 통합돌봄 속에 위치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말기 환자가 의료적 위기 때마다 응급실을 전전하고 고비용 입원치료로 내몰린다면, 의료비와 사회적 부담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반대로 지역 기반의 호스피스·완화의료, 재택의료 지원, 가족 돌봄자 교육이 체계화되면, 환자는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익숙한 환경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고, 사회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며 지속 가능한 돌봄 구조를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돌봄통합지원법은 생애말기 영역을 제도 설계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으로 재배치해야 한다. 호스피스·완화의료기관, 재택의료센터, 보건소, 행정복지센터, 사회적 돌봄 조직을 하나의 연속적 경로로 연결해, 조기 발견–통합사례관리–가족 지원–위기 대응–임종 후 유족 케어까지 이어지는 공공적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살던 곳에서, 두려움 없이 마지막을 맞을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길이다.



    다사시대의 돌봄정책은 삶의 질과 임종의 질을 함께 책임져야 한다. 생애말기를 통합돌봄에 포함하는 일은 반쪽짜리 정책을 온전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건이자, 더 많은 시민이 시스템의 효용을 체감하도록 하는 정책 신뢰의 출발점이다.



    돌봄통합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 것인가”를 넘어 “어디에서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가”를 묻는 국가적 과제다. 마지막을 외면하지 않는 정책만이, 진정한 의미의 통합돌봄을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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