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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끊이지 않는 성범죄

    [부산네컷] 56년 만의 미투, 61년 만에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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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억울한 18세 소녀에서 정당방위 쟁취해낸 여성운동가로

    연합뉴스

    얼굴 가린 여성에서 여성운동가로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말자씨가 2020년 5월 6일 재심 청구서를 들고 있는 모습. 2021년 11월 15일 대법원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모습. 2025년 7월 23일 첫 공판에서 무죄를 구형받고 "이겼습니다"를 외치는 모습. 2026년 9월 10일 무죄를 선고받고 꽃다발을 들고 환호하는 모습.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최말자(78)씨는 1964년 경남 김해에서 한 남성의 성폭력에 저항하던 중 혀를 깨물었다. 최씨는 이 사건으로 다음 해 중상해죄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최씨가 18세였을 때 일이다. 정당방위였지만 주홍 글씨처럼 따라붙었다.

    이 사건은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 불렸고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정당방위를 사법 시스템이 무시된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았다.

    18세 최씨의 인생에 주홍 글씨가 새겨진 지 56년 뒤 그는 만학도의 길을 걷다 대학 동료의 도움으로 한국여성의전화 문을 두드렸다.

    "'바위에 계란 치기'라도 묻고 갈 수 없었다"고 최씨는 그때를 회상했다.

    2020년 5월. 부산지방법원 앞 재심 청구서를 손에 든 최씨는 검은색 옷을 입고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죄인이라는 사회적 주홍 글씨를 아직 지우지 못한 최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고개를 푹 숙이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56년 만의 미투'라는 제목으로 여성단체와 함께 연 공식 기자회견에서조차 최씨는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를 지원하는 여성단체 또한 최씨의 초상권에 대한 주의를 신신당부했다.

    당시 언론 인터뷰를 하고 난 뒤 며칠을 앓아누워 트라우마에 시달렸다고 한다.

    하지만 청구 6개월 만에 부산지법은 재심을 기각했고 부산고법도 항고를 기각했다.

    최씨는 조금 더 용기를 냈다.

    2021년 11월 25일 그는 대법원 앞에서 '재심 개시로 정의를 실현하라'는 손팻말을 들고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여전히 마스크와 모자를 쓰고는 있었지만, 더는 결의에 찬 눈빛은 가리지 않았다.

    2024년 12월 드디어 대법원은 최씨의 재심 청구를 기각한 원심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올해 초 재심이 결정됐다.

    재심을 신청하고 5년이 지난 2025년 최씨는 전혀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표정은 당당했고 세상에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마침내 지난 7월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첫 재심 첫 공판에서 검찰은 무죄를 구형하며 뒤늦은 사과를 했다.

    재판을 마치고 나오는 최씨는 법정 앞에서 큰 소리로 "이겼습니다"를 외쳤다.

    9월 10일 선고공판에서 최씨는 18세 소녀로 돌아간 듯 짙은 분홍색 재킷을 입고 참석했다.

    그리고 마침내 61년 만에 '무죄'라는 말을 법정에서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사건 발생 61년, 재심 신청 5년이란 긴 시간을 거치며 그는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한 18세 소녀에서 정당방위를 쟁취해낸 여성운동가로 변해 있었다.

    '강제 키스, 혀 절단' 사건으로만 불리던 이번 사건은 성폭력에 대한 첫 정당방위가 재심으로 인정된 첫 재판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최말자씨는 "나는 운이 참 좋아 주변 인연들의 용기와 힘의 도움으로 이 자리까지 왔다"며 "나와 같은 운명을 가진 피해자들을 위해 앞장설 수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56년 만의 재심 청구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56년 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 씨가 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청구를 위해청사에 들어서고 있다. 최 씨는 자신의 사건 해결을 통해 혼자서 상처를 끌어안고 있을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용기가 되기를 바라며 사건 발생 56년째 되는 이날 재심을 청구했다. 2020.5.6 handbrother@yna.co.kr



    연합뉴스

    "나의 용기가 세상을 바꾸길"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56년 전 성폭행을 시도하려던 가해자의 혀를 깨물었다가 중상해죄로 유죄를 선고받았던 최말자 씨가 6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지방법원 앞에서 열린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청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 씨는 자신의 사건 해결을 통해 혼자서 상처를 끌어안고 있을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용기가 되기를 바라며 사건 발생 56년째 되는 이날 재심을 청구했다. 2020.5.6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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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 재심 개시 촉구
    (서울=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 '56년만의 미투' 당사자인 최말자씨가 25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재심 개시를 촉구하며 1인시위를 하고 있다. 2021.11.25 sab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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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폭력 피해자의 유죄' 최말자 씨, 법원 재심 촉구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1964년 성폭력에 대항하는 과정에서 '고의에 의한 상해'로 구속 수사 및 유죄 판결을 받은 최말자 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정당방위 인정을 위한 재심 개시 촉구 탄원서를 제출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5.31 ond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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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년만에 재심서 무죄 구형 받은 최말자씨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씨가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손을 치켜 들며 "이겼습니다"를 외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2025.7.23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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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년만에 인정 받은 무죄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61년 전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78)씨가 23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첫 공판을 마치고 법정을 나서며 변호인과 여성단체와 포옹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2025.7.23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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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년만에 '무죄'라는 말을 듣기 위해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61년 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가 10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고 있다. 최씨는 61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5.9.10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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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년만에 성폭력 정당방위 인정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61년 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가 10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꽃다발을 받고 엄지를 치켜 세우고 있다. 최씨는 61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5.9.10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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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말자는 무죄다'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61년 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중상해 혐의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던 최말자 씨가 10일 부산지법에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최말자는 무죄다"를 외치고 있다. 최씨는 61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025.9.10 handbrother@yna.co.kr


    handbrothe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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