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웃으며 갈등 봉합 14일 서울 종로구 총리 공관에서 열린 당정대 고위급 만찬 회동에서 김민석 국무총리(가운데)와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당대표(왼쪽), 김병기 원내대표가 악수하고 있다. 이번 회동은 김 총리가 정부조직법 등 현안을 조율하기 위해 소집했으나 지난주 특검법 개정안을 두고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뿐 아니라 당정 간 엇박자가 나온다는 얘기가 불거지자 자연스레 갈등을 해소하는 자리가 됐다. 한주형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강성 당원, 이른바 '개딸'의 힘이 재조명받고 있다. 개딸은 '개혁의 딸' 준말로, 2021년 대선 경선 때부터 당원들 사이에 형성된 친이명계 강성 지지층을 가리킨다. 일각에서 멸칭으로 쓰이면서 최근 스스로 '개딸'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 상태다. 이들 강성 당원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겨우 합의를 이룬 검찰·사법·언론 3대 특검법 개정안을 하룻밤 만에 일방 파기하도록 만드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 13일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는 내용으로 사과문을 게시했다. 이어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는 다짐이 뒤따랐다. 지난주 여야가 합의한 3대 특검법 개정안이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 의해 파기되자 사과까지 요구했던 모습에 비하면 사실상 '백기투항'에 가깝다.
김 원내대표뿐만이 아니다. 정 대표는 "부덕의 소치"라며 사과했고, 특검법 담당 상임위원회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추미애 위원장은 11일부터 사흘간 연거푸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자신은 여야 합의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강성 팬덤에 의해 민주당 대소사가 좌지우지되는 것은 비단 이번뿐만이 아니다. 앞서 지난해 5월 제22대 국회가 처음 구성된 직후 민주당 몫인 국회의장 후보 경선에서도 강성 지지층의 영향력이 발휘됐다. 의원들 사이에 역풍이 불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당선되는 이변이 생겼지만 이후 민주당은 국회의장 경선은 물론 원내대표 선거에서조차 당원 표심을 20%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와 올해 전당대회는 강성 지지층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4년 전당대회에서 당시 최고위원 후보 중 1위를 달리던 정봉주 후보는 강성 당원들의 비판이 몰리며 순식간에 탈락했다. 올해 8월 전당대회 때는 정청래 후보와 박찬대 후보 모두 강성 당원에게 구애했지만 최종 승자는 상대적으로 더욱 강경한 이미지였던 정 대표였다.
여성가족부 장관에 지명됐던 강선우 의원이 보좌관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논란이 일었을 때도 강성 팬덤이 여론전을 주도했다. 정 대표는 "(강 의원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겠다"며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대표도, 대통령도 내 손으로 만들었다는 효능감을 느끼면서 평소에도 당원들의 정치 참여가 늘어났다"며 "개별 의원들은 사사건건 '당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부 의원은 자신의 주가를 높이기 위해 강성 팬덤이 좋아할 만한 언행만 골라서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는 지금의 정치 풍토가 이재명 대통령도 언급했던 이른바 '도구론'과 연동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지난 대선 기간 '유능한 도구를 선택해 달라'며 지지를 호소했는데, 정치인은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기 위한 도구라는 뜻이다.
이 같은 팬덤 정치에 대해선 당원 뜻을 반영한 상향식 의사결정이라는 순기능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반면 국민 전체를 보고 움직여야 할 공당이 일부 강경 지지자 입김에 휘둘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강성 지지층이 정치인들을 쥐락펴락하는 세상이 됐다"고 비판했다. 정치 팬덤이 선을 넘으면서 정치의 본령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정치란 상대방을 파트너로 생각하는 데서 시작하는 것인데, 정치가 감성화되면 상대를 적으로 보게 된다"고 지적했다.
[전형민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