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조 절충교역에서 독일과 차별화해야
방산 컨트롤타워 꾸려 적극 지원 필요
납기 유리한 한국, 자금력 앞서는 독일
한화오션이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에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Ⅱ 잠수함. 한화오션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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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차세대 잠수함 사업을 두고 펼쳐질 한국과 독일의 맞대결에서 '절충교역'이 승부처가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납기는 우리가 유리하지만, 자금력이 돌발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15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캐나다 정부는 이르면 올해 안, 늦어도 내년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남은 3개월여 동안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의 '코리아 원팀'이 가장 주력해야 할 건 절충교역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장원준 전북대 방위산업융합과정 교수는 "절충교역에서 독일과 얼마나 차별화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절충교역이란 해외로부터 방산 장비를 수입할 때 반대급부로 국산 부품을 수출하거나(직접) 관련 기술을 이전받는(간접) 형태의 특수한 교역 방식이다. 캐나다는 절충교역 규모를 국방 조달 금액의 100%로 적용하는데, 이번 사업은 잠수함 도입에 20조 원, 향후 30년간 운용·유지·정비(MRO)에 40조 원이 배정됐다. 20조 원 규모의 절충교역이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석종건(왼쪽 일곱 번째) 방위사업청장이 8일 서울 중구 주한 캐나다 대사관에서 스테파니 벡(여섯 번째) 캐나다 국방차관과 면담 후 양국 관계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방위사업청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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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는 인공지능과 첨단소재를 비롯한 6개 신흥 기술, 조선 설계·엔지니어링, 소나·음향 시스템 등 11개 핵심 산업을 절충교역 대상으로 제시했다. 세부 요구사항은 한국·독일과 면담을 통해 구체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유지훈 국방연구원(KIDA) 대외협력실장은 "캐나다가 원하는 것은 단순한 무기 구매가 아니라 북극 안보 강화와 함께 자국 산업 발전, 고용 창출까지 이끌어낼 수 있는 전략적 파트너"라고 예상했다.
20조 원 규모의 절충교역을 기업들이 다 감당하긴 힘들다. 기술이전은 업체가 맡되, 수출금융이나 자원투자에 대해서는 정부가 역할을 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장 교수는 "첨단 산업 협력은 정부가 캐나다의 의중을 잘 파악해야 하고, 대통령실 방산 컨트롤타워를 빨리 꾸려 적극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의 주력 잠수함인 214급 잠수함. TKMS 홈페이지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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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기 역시 승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현재로선 한국이 유리하다. 캐나다가 보유한 빅토리아급(2,400톤) 잠수함 4척은 1998년 영국에서 중고로 들여온 것으로, 노후화가 심각해 2030년대 중반에는 완전 퇴역이 불가피하다. 유지·보수 비용은 급증하는데, 러시아에 이어 중국까지 경쟁에 뛰어든 북극해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면 신형 잠수함 도입이 절실해졌다.
캐나다는 북극 해역에서 장기 작전을 펼칠 수 있고, 은밀성이 향상된 최신형 잠수함 12척을 2035년부터 순차 도입할 계획이다.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독일은 국내에 납품할 물량을 빼서 캐나다가 제시한 첫 번째 함 인도 목표인 2035년을 맞출 계획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2번함부터는 늦어질 것 같다"고 전했다.
반면 한국 팀은 2035년 이전에 4척, 이후 2043년까지 매년 1척씩 총 12척을 인도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한화오션이 제안한 장보고-Ⅲ 배치-Ⅱ는 이달 중 1번함 진수식을 앞두고 있지만, 경쟁사인 독일 티센크루프 마린시스템즈(TKMS)의 212CD 모델은 공동 개발국 노르웨이에 납품할 1번함이 2027년에야 진수한다. 업계에서 독일이 납기를 맞출지 의문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그래도 독일의 경쟁력은 상당하다. 212CD는 최신 스텔스 기능과 북극해 작전에 최적화한 성능을 갖출 예정이다. 캐나다 현지에선 "독일 잠수함이 캐나다의 까다로운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거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중 한국 잠수함을 운용한 국가가 없는 것은 위험 요인"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최대 8,000억 유로(약 1,300조 원)에 달하는 유럽연합(EU) 방산기금을 절충교역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어 독일에 비해 한국의 자금력이 밀린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경준 기자 ultrakj7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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