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에서 찾았다 오늘 별이 된 사람]
1977년 9월 16일 54세
마리아 칼라스. 1958년. |
마리아 칼라스(1923~1977)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소프라노, 오페라 최고의 디바로 늘 첫 손가락에 꼽힌다. 칼라스와 오페라를 함께 만들기도 했던 이탈리아 영화감독 프랑코 제피렐리는 이렇게 평가했다. “오페라에서 기원전(BC·Before Christ)은 ‘칼라스 이전(Before Callas)’을 의미한다.”
조선일보 1977년 9월 18일 자 5면에 7단 크기로 실린 오비추어리(부음 기사)는 칼라스를 ‘오페라의 여왕’이라 칭했다.
“그리스가 낳은 20세기 오페라의 여왕 마리아 메네기니 칼라스가 16일 오후 2시 15분 파리의 자택에서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향년 53세. 73년까지 27년 이상 전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프리마돈나로 세계를 감동시켜 왔던 칼라스는 지난 20년 동안 저혈압 증세가 있었으며 작년에는 앓아 누웠던 적도 있다.”
칼라스는 미국에 이주한 그리스인 부모 사이에서 1923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가정 형편은 넉넉지 않았다. 가수가 꿈이었던 어머니가 성악 공부를 시켜 여덟 살 때부터 노래했다. 1937년 아테네로 건너가 본격적인 성악 수업을 받았다. 아테네 국립 음악원에서 유명한 성악가 엘비라 데 이달고를 만났다. 칼라스는 이달고의 제자가 되어 벨칸토 창법을 배웠다. 벨칸토(bel canto)란 이탈리아어로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 세밀하게 성량을 조절하면서 화려한 기교로 노래하는 창법이다.
칼라스를 말할 때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의 사랑과 실연은 반드시 언급된다. 칼라스는 첫 남편이자 후원자였던 사업가 조반니 바티스타 메네기니와 결별하고 오나시스와 9년간 함께 살았다. 하지만 오나시스는 다른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는 1968년 10월 고(故) 케네디 대통령의 아내 재클린과 결혼했다.
칼라스에게 오나시스와 재클린의 결혼 소식은 충격이었다. 칼라스는 스승인 이달고에게 편지를 보내 괴로운 마음을 호소했다. 칼라스는 편지에서 “잔인하다. 사실일 리 없다. 둘 다 대가를 치러야 하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썼다. 자신에게 알리지도 않고 결혼식을 올린 오나시스에 대해서는 “9년 동안 그의 곁을 지켰던 사람이 신문을 통해 결혼을 알게 하지는 말았어야 했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그즈음 목소리도 예전 같지 않았다. 칼라스는 불어나는 체중을 줄이고 목소리를 되살리려고 애를 썼다. 편지에서 “센 펀치를 맞아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을 지경”이라고 했다. 칼라스는 “(목소리를 되살리려고) 노력은 해보겠지만, 그래도 안 되면 포기하겠다. 나는 이 시점에서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고 썼다.
칼라스가 스승 이달고에게 보낸 편지는 2002년 영국에서 경매에 나와 사인이 담긴 칼라스 사진과 함께 1만5000파운드(당시 약 2800만원)에 팔렸다.
칼라스는 이후에도 오나시스를 진정한 사랑이라 여겼다. 1971년 오나시스와 재클린 부부가 사이가 틀어지면서 칼라스는 오나시스와 다시 만남을 갖기도 했다. 1974년 한 TV 인터뷰에서 “오나시스는 나의 생애에서 위대한 연인이었다”며 “사랑은 결혼하지 않은 상태에서가 훨씬 더 좋은 것이므로 그와 결혼 안 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노래 활동도 재개했다. 1973년부터 테너 가수 주세페 디 스테파노와 세계 순회 공연을 가졌다. 1974년 10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해 공연도 했다.
마리아 칼라스의 음악과 삶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2002년 영화 ‘칼라스 포에버’는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 작품이다. 1975년 오나시스가 사망하고 나서 실의에 빠져 파리에서 칩거하던 시절이 배경이다.
톰 볼프 감독 다큐멘터리 ‘마리아 칼라스, 세기의 디바’는 생전의 칼라스 인터뷰, 오페라 영상, 일상 모습을 담은 것으로 2017년 공개됐다.
2025년 4월 16일 개봉한 영화 ‘마리아’는 배우 앤젤리나 졸리가 칼라스 역을 맡았다. 영화는 1977년 파리에서 마지막 1주일에 초점을 맞췄다. 케네디와 오나시스의 전 아내 재클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재키’를 만든 파블로 라라인 감독이 연출했다.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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