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거시경제학자인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센터(CEPR) 공동 소장. 미시간 대학 경제학 박사 출신인 그는 부쿠넬 대학 교수, 세계은행과 미 의회의 합동 경제위원회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미 경제정책연구센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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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이 거액의 투자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에 주느니 관세를 내고 대미 투자금을 자국 기업 지원에 쓰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 미 싱크탱크 경제정책연구센터(CEPR)의 딘 베이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5일 본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한국에 부과한 25% 관세는 확실히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겠지만, 미국과의 협상으로 15% 관세를 내고 3500억달러(약 485조원)를 동시에 내는 것보다는 타격이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3500억달러는 현재 우리나라 총 외환보유고의 약 84%에 달하는 금액이다.
베이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미국과 관세 협상의 반대 급부로 보장 받을 동아시아 지역 안보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과 일본의 지도자들이 중국이나 북한의 군사 행동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트럼프를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미친 짓”이라며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대해 아직도 이해하지 못한 것이 더 남아 있나. 트럼프는 그때 가서 자신의 이익이라고 여기는 행동을 할 것이다. 트럼프는 과거 안보 약속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분명하게 말해왔다”고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한국과 일본이 관세 25%를 15%로 줄이는 대신 트럼프가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대미 투자금 5500억달러(일본)와 3500억달러(한국)를 미국에 주는 것은 어리석은 거래라고 주장했는데.
“트럼프의 관세는 모든 나라가 함께 번영할 수 있는 길과 180도 정반대의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갈취 행위의 시도이며, 오랜 무역 관계와 안보 협정을 이용해서 우리의 교역 상대국과 옛 동맹국들로부터 가능한 한 돈을 많이 빼내려는 것이다. 트럼프 아래의 미국은 과거 어느 정당의 대통령 아래에 있던 나라와 같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히 말하면, 트럼프는 정말로 성격상 질적으로 다른 종류의 지도자다.”
-당신은 15% 관세를 내면 한국의 지난해 대미 수출액 1320억달러가 5% 감소해 1250억달러로 내려가고, 25% 관세를 내면 추가적으로 10% 수출이 감소해 또 125억 달러가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125억달러의 수출을 지키기 위해 3500억달러를 지불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했는데, 어떤 근거로 추산했나?
“그 수치들은 완전히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미국이 거의 모든 수입품에 15% 관세를 부과한다고 했을 때 이는 달러 가치가 15% 떨어지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이다. 둘 다 우리의 수입 비용을 15% 높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 달러 가치가 하락했을 때 무역이 얼마나 줄었는지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경험이 있는데, 대략 5% 정도 감소가 합리적으로 보인다. 다만 면밀히 분석했을 경우 그 수치가 10%에 가깝게 나오더라도 놀랍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25%로 추가 상승했을 때의 영향은 더 클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아직 협상 중인 한국과 달리, 일본은 자국 내부에서 ‘굴욕적인 협상’이라는 비판이 나왔음에도 결국 미국에 5500억달러를 투자하는 거래를 맺었다.
“중국에 대한 안보 우려가 주된 요인이었을 것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일본은 트럼프가 부과하고 싶은 어떤 관세라도 그냥 받아들이는 편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트럼프가 대통령인 한 어떤 나라도 미국을 수출 시장으로 확실히 의지할 수는 없다. 그는 자신의 합의에 얽매인다고 느끼지 않으며 언제든 더 많은 것을 요구할 수 있다. 기억하라. 트럼프는 2019년에 무역협정을 맺은 캐나다와 멕시코에도 높은 관세를 위협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신뢰할 만한 약속이 없다는 것은 안보에도 해당한다. 일본과 한국이 중국과의 충돌에서 트럼프가 자신들을 방어해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트럼프가 친분을 과시하는 상황에서, 한국과 일본이 안보 보장을 위해 손해를 보면서까지 관세 협상을 맺을 필요가 없다는 뜻인가?
“트럼프는 김정은과 푸틴과의 개인적 우정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 그가 백악관에서 훔친 혐의로 기소된 문서 중 하나는 김정은의 편지였다. 그는 그것을 개인 소유물로 간주했지만, 외국 국가 수반과의 모든 서신은 정부의 소유여야 한다. 대통령이 외국 정상들과 개인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그들이 불쾌한 일을 하더라도, 그것이 그들의 행동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꾼다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김정은과 푸틴과의 우정을 통해 그들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는 증거가 전혀 없다. 오히려 김정은의 경우 핵무기 비축을 늘리고, 푸틴의 경우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도록,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계속하도록 만들었다. 트럼프는 과거의 안보 약속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매우 분명히 말했다. 그는 그때 그에게 최선이라고 보이는 일을 할 것이며, 그것이 오랜 동맹국을 방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잘못일 것이다.”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LG 배터리 공장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급습은 한국인들에게 충격을 줬다. 트럼프는 뒤늦게 한국 근로자들의 비자 문턱을 낮출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가 대미 협상 카드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나.
“ICE의 공식 입장은 언제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신분증 없이 얼굴을 가린 채 요원을 파견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우리의 지역 경찰이나 국가 경찰은 이런 방식으로 운영하지 않는다. 위험한 마약 조직을 급습할 때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법 집행관이 신분을 숨긴다. 한국은 이런 종류의 급습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도 가정해야 한다. ICE에는 책임이 없으며 그것이 거의 공식 정책이다.”
-대법원이 트럼프의 관세 정책을 위법이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있을까.
“내 추측으로는 대법원은 적어도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부분적으로는 제한할 것이다. 그가 대부분의 관세를 부과한 국가비상사태 근거는 표면적으로 명백히 그럴 듯 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특정 상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다른 많은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내 추측으로는 법원이 최소한 부분적으로는 트럼프에 불리한 판결을 내리겠지만, 완전히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앞으로 일정 기간 동안은 트럼프가 관세를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트럼프의 관세 정책이 2029년 트럼프 퇴임 이후에도 미국에서 이어질 것이라고 보나.
“나는 트럼프가 2029년에 사임할 것이라고 가정하지 않지만, 설령 트럼프가 떠난다 하더라도 그를 대신할 공화당 인사가 비슷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그들은 아마도 다른 방식으로 관세 수익을 정상화하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지금 예측하기 매우 어려운 정치 문제로 이어진다.”
-당신의 말대로 한국이 트럼프와 관세 협상을 파기하고 대미 투자금을 한국 기업 지원에 쓴다면 한미 관계에서 한국이 막대한 피해를 입지 않을까?
“말했듯이, 나는 안보 측면에서는 위험이 거의 없다고 본다. 한국이 트럼프와의 거래를 받아들인다 해도 트럼프 아래의 미국을 신뢰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25% 관세에 직면하는 것은 확실히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이겠지만, 거의 확실히 15% 관세와 3500억달러를 동시에 내는 것보다는 타격이 작을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가 1년 심지어 6개월 후에도 관세를 올릴 이유를 찾는 것을 막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가 EU(유럽연합)와 하고 있는 일을 보라. 그는 지금 그들에게 디지털 무역세를 없애라고 하면서 더 높은 관세를 위협하고 있다. 또 브라질을 보라. 트럼프는 그들이 전직 대통령을 그들의 정부 전복 시도 혐의로 기소했다는 이유로 50% 관세를 부과했다. 도널드 트럼프와의 거래는 그리 큰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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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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